지난해까지 삼성전자와 애플은 치열한 스마트폰 두께 경쟁을 벌였다. 두 회사가 얇은 두께 디자인을 경쟁적으로 구현하면서, 12㎜대였던 스마트폰은 불과 1~2년 만에 8㎜대까지 줄었다. 더 이상의 두께 경쟁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질 쯤 중국 업체들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올해 들어 6㎜대 스마트폰을 연이어 내놓았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한 삼성전자와 애플이 머쓱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하드웨어(HW) 능력. 그 배경에는 소재·부품 산업의 약진이 있다.

중국 소재·부품 산업 성장세가 무섭다. 건설기계·자동차 등 중공업에 이어 최근에는 정보기술(IT) 소재·부품 기술에서도 큰 도약을 이뤄냈다.
소재·부품 기술 발전은 완제품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지난 3월 화웨이가 6.68㎜ 두께 어센드 P1S를 출시하자마자 OPPO는 두께 6.65㎜ 파인더를 내놨고, ZTE는 두께 6.2㎜ 아테나 출시를 예고했다.
초정밀 금형·사출 등 기초 기술 발전 덕분에 디자인 혁신이 가능해졌다. 아직 완성도 면에서는 부족하지만 시장 반응에 맞춰 신제품을 출시하는 속도는 삼성전자 못지않다.
중국 내 스마트폰 제조 생태계가 자리잡자 현지 소재·부품 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3~4년 전 삼성전자와 애플이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관련 소재·부품 협력사들도 잇따라 생겨났다.
초기 중국 소재·부품 업체들은 삼성전자·애플 1차 협력사에 절삭·연마 등 단순 가공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금은 기술력을 축적해 1차 협력사로 자리 잡은 기업이 많다.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간 교차 구매도 소재·부품 산업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중국 업체는 특별한 때를 제외하면 삼성전자·애플처럼 소재·부품 공급망을 폐쇄적으로 운영하지 않는다. 중국 소재·부품 업체들은 여러 스마트폰 업체와 거래하면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도 작동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소재·부품 산업을 키우기 위해 저금리 대출과 세금 우대 등 혜택을 제공했다. 해외 업체에는 관세 등 불이익을 줘 자국 내 첨단설비 투자나 합작사 설립을 유도했다.
중국 소재·부품 업체들은 정부의 측면 지원에 힘입어 해외 기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빠른 속도로 흡수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소재·부품 업체들이 연구개발비를 확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명문대 출신 인력들이 자국 소재·부품 기업에 취직하도록 장학금 등 다양한 혜택도 내걸었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 업체들은 내수 스마트폰 시장 성장 속도가 빨라 아직은 해외 시장 공략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는 동남아·아프리카 등 리스크가 크지 않은 지역 중심으로 수출하면서 경험을 쌓은 후 2~3년 내 삼성전자와 애플의 텃밭을 정조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