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코넥스 개장...프리보드 실패 재연 우려

창조경제 금융동맥 코넥스

2005년 7월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 어려운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장외시장인 `프리보드`가 출범했다. 그러나 현재 프리보드는 개점 휴업 상태다.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5400만원에 불과했다. 월간 거래대금은 11억3200만원이었다.

거래 기업수도 초라하다. 출범 첫해 1000개 기업 유치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그해 말 거래 종목으로 지정된 회사는 62개뿐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잠시 훈풍이 부는 듯했으나 2010년 말 71개사를 정점으로 기업 수는 다시 감소했다. 지난달 말 기준 프리보드의 상장 법인 수는 49개다. 결국 수요와 공급이 마비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넥스가 이같은 프리보드 실패를 재연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거래부진에 따른 자금 조달 미흡 △우수 기업의 상장 기피 △기업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불투명성을 코넥스 활성화의 걸림돌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시장이 침체 국면인데 코넥스는 투자자도 기관 투자자와 3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로 제한돼 유동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전문가는 “코넥스는 기관 등 전문 투자자로 이뤄지는 시장인 만큼 거래 활성화가 중요한데 투자 수요 유인이 제한돼 자금조달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홍식 코스닥시장본부장은 “일단 시장이 자리잡기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첫 출발은 매수 자금의 경우 크게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며 “증권 유관기관에서 공동펀드로 1500억원을 목표로 자금을 투자하기로 했고, 정책금융공사, 지정자문인 증권사의 자기자본투자(PI) 금액 등도 있다”고 말했다.

코넥스 매매방식도 단점으로 제기된다. 현재 유가 증권과 코스닥시장은 연속 경쟁매매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다수의 매도 측과 매수 측이 서로 경쟁해 실시간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코넥스는 30분마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제시한 수량과 가격을 모아 서로 맞는 가격에 거래를 체결하는 단일가 경쟁매매방식을 채택했다.

우수기업 유치도 시장 활성화 관건이다. 코넥스는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과 달리 공모절차가 없기 때문에 기업 성장성이 초기 주가에 반영되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우수기업이 시장에 공급되느냐가 활성화의 터닝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코넥스에 연말까지 50개 기업이 상장해 시장규모가 1조∼1조50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이 성숙하면 상장기업이 700∼1000여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속에 출범한 프리보드 시장이 유명무실한 상태로 개점 휴업 중인 점을 감안할 때 정책 당국은 신생 중소기업의 성장성과 역동성을 고려한 제도적 지원판을 구축하고 창조경제 생태계 기반조성을 위한 제도 보완 의지를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다수의 관련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문제점인 제한적 투자 참여 기회, 부족한 유동성 문제, 시장에 대한 높은 불신 등의 과제를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