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미니(MINI)만큼 사람을 현혹시키는 자동차 브랜드가 또 있을까싶다. 이름만 미니였지 실제로는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미니 컨트리맨(Countryman) 쿠퍼 SD 올4는 더욱 그렇다. 4미터가 넘는 길이에 1톤이 훌쩍 넘는 몸무게를 접하면 `이건 그냥 중형차로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무엇보다 문이 4개다. 가격도 4600만원을 넘는다. 작다고 무시하거나 놀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쿠퍼 SD 올4모델뿐만 아니라 쿠퍼 D SE, 쿠퍼 D, 쿠퍼 D 올4, 쿠퍼 SD 등 컨트리맨의 모든 형제들이 이처럼 육중한(?) 몸매를 자랑한다.
컨트리맨 쿠퍼 SD 올4는 사실 운전을 하지 않아도 한참을 즐거워할 수 있는 차다.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미니 특유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다. 특유의 동글동글하면서도 어딘가 악동을 연상케하는 외모가 두 눈을 즐겁게 한다. 실내는 이런 분위기가 더욱 도드라진다. 시장에서 물건을 달 때 쓰는 저울처럼 생긴 커다란 속도계가 신선한 충격을 준다. 게다가 라디오나 내비게이션 화면이 있어야할 자리에 그것이 있지 않은가! 전반적으로 동그라미 디자인이 가득해 미키마우스가 연상되기도 한다. 심지어 안전벨트 경고음마저도 동글동글한 소리가 나는데, 이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디자이너들의 세심함과 일관성에 큰 감명을 받았다.
컨트리맨 쿠퍼 SD 올4가 잔뜩 흥을 돋워주었으니 달려야 할 차례. 왜 이름이 `컨트리맨`인가 하고 봤더니, 도시는 물론이고 시골길에서도 잘 달릴 수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스포츠 액티비티 비히클(SAV)로 불리는 이 차는 상시 4륜구동까지 지원해 그야말로 못 달릴 곳이 없어진다. 시동을 걸면 의외로 강한 엔진음이 기대감을 높인다. 물론 디젤차만의 떨림이 전해온다. 아무리 디젤차가 좋아졌다지만 부드러움은 모래밭 수준이다. 밀가루를 밟는 것 같은 가솔린 엔진의 부드러움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쿠퍼 SD 올4는 저속에서 크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무난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오히려 고속에서 운전하는 맛을 느끼게 했다. 100㎞ 후반대까지 무리 없이 밀고 올라가면서 대형차 사이를 유유히 헤집고 다닐 수 있었다. 이 대목에서도 이 차는 역시 `미니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
이 차에 장착된 2.0ℓ 디젤 엔진은 BMW 디젤모델에도 장착된 것으로, 차세대 커먼레일 연료 직분사 방식, 가변식 터보차저 기술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4000rpm에서 최고출력 143마력, 최대 토크 31.1㎏·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연비가 13.6㎞/ℓ(도심연비 12.0㎞/ℓ, 고속도로 연비 16.5㎞/ℓ)에 달하는데, 정말이지 기름이 닳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적재공간이 최대 1170ℓ인 컨트리맨 쿠퍼 SD 올4에 텐트 하나 싣고 이번 주말 어느 시골로 무작정 떠나보길 권한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