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매우 놀랍고 기쁜 소식을 하나 전하고 싶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공적개발원조(ODA)의 일환으로 지난 2002년부터 개발도상국에 정보접근센터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현재 33개국에서 34개를 운영 중이며 이로써 약 800만명의 개도국 주민들이 정보화 교육을 받아 `디지털 신세계`를 접하게 됐다.
지난 2008년 구축한 남미 과테말라 정보접근센터에서 운영책임자로 근무하던 미리엄 루비오씨는 올해 3월 과테말라 과학기술부(SENACYT) 장관에 임명됐다. 한국-과테말라 정보접근센터 운영요원에서 일약 장관으로 올라선 사실이 놀랍기도 하지만, 우리 정부 정보화 시설의 선도성과 역량에 대한 신뢰가 반영된 것 같아 뿌듯하다.
나는 이 사실을 최근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텔레센터 글로벌 포럼`에서 알게 됐다. 국제 비영리기구인 `텔레센터 재단(Telecentre.org Foundation)`과 미래창조과학부가 정보접근 인프라(Public Access to ICT) 활용에 대한 혁신과 지속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 공동 개최한 자리에 루비오 장관이 과테말라 정부 대표로 참석했던 것이다. 루비오 장관은 정보접근센터의 중요성을 체험한 주인공으로서 앞으로도 이 사업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획득한 ICT 강국의 위상은 매우 짧은 기간에 달성된 것이기에 그만큼 개발도상국들이 더욱 따라 하고 싶은 모범사례가 됐다. 우리나라는 전쟁의 참화를 딛고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최초의 국가로서 이러한 요구에 적극 부응할 의무가 있다.
그동안은 인프라 구축을 통한 정보접근환경 개선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이 인프라를 활용해 개도국 국민이 보다 행복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재 34개에 머물고 있는 센터를 100개 이상으로 확대 구축해야 한다. OECD에서 개발원조하는 국가가 148개국인 것을 감안하면 더 많은 국가들이 정보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이 국가를 대상으로 글로벌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ICT를 통해 지속적인 발전을 논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미리엄 장관과 같은 모범사례가 더 나오도록 센터 운영자 대상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국내 초청 연수를 통해 최신기술 습득 등 역량을 강화하도록 돕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둘째, 농어촌 등 취약지역에 정보화 새마을 기반도 만들어야 한다. 정보접근센터의 영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에서 ICT 봉사단을 파견하고 중고 PC를 설치해 주민들에게 정보화 교육을 시켜주는 것이다. 그러면 주민들 스스로 정보를 활용하고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저비용·고품질의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을 전수해 줘야 한다. 우선 공개소스로 만들어진 전자정부 프레임 워크를 개방해 모든 나라에서 표준으로 쓸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주고 발주·감리·검수 등 관리 방법론을 전수해 스스로 자생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정보접근센터는 정보화 교육장에서 탈피해 민간·공공 부문을 망라한 국가 전체가 정보화시대에 적응하고 국민이 행복해 줄 수 있는 ICT혁신 센터로 변신해야 한다. 이러한 한국형 ICT 지원 모델을 통해 우리나라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부디 한국 ICT가 지구촌의 비타민이 돼 개도국의 지속적 발전을 지원하면서 제2, 제3의 루비오 장관을 배출해 세계인이 행복해지는 데 많은 기여를 하기를 기대해본다.
김경섭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원장 kskim@n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