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중국에서 한 농부가 제사에 사용할 소를 골랐는데 뿔이 조금 굽어 있었다. 이를 바로잡으려다가 뿔 전체가 빠지면서 소가 죽고 말았다.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한자성어의 유래다.
작은 흠이나 결점을 고치려다가 일 전체를 그르치는 것을 말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도 유사한 의미로 사용된다.
최근 우리 재계에는 경제민주화 이슈가 거세다. 대기업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면서 경제계의 불공정 행위를 없애자는 접근이다.
경제민주화는 순기능이 많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는 대기업 위주의 성장만을 우선시하면서 중소기업이나 노동계 희생을 용인하는 문화가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한 개선은 국가경제의 중장기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중요하다. 대기업들에 부과된 투자 확대나 일자리 늘리기는 그동안 받은 혜택에 비해서는 그리 과도한 의무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취지와 달리 수단과 방법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정치권은 인기를 위해 보다 강력한 기업규제 법안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기업 세무조사도 전 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군기잡기`나 `망신주기` 식 부처·검찰 발표도 적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과도한 기업 옥죄기가 우려스럽다`는 말을 할 정도다. 그는 경제민주화 카드를 뽑아든 주역이기도 하다.
재계가 잔뜩 움츠렸다. 실제 기업활동보다 정치·사회적 이슈 관리 부담이 커졌다는 분위기다. 별 문제 없는 기업들까지 혹시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까지 관측된다. 국민들 사이에 막연한 `반(反)기업 정서`가 확산되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굽은 뿔을 바로잡으면 보기 좋고 소의 몸값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뿔을 잡으려다 소를 다치게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전자산업부차장·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