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이 치솟으면서 반도체업계가 실적 개선에 성공했지만 후방 산업은 냉랭하기만 하다.
과거에는 반도체 수요 증가가 시장 상승세를 견인했지만 최근 상승세는 공급 둔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 소자 업체들이 메모리 가격 하락을 우려해 설비 투자에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후방 산업 빙하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27일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3 2Gb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말 대비 90% 이상 올랐다. 스마트폰 시장 확대로 모바일 D램·낸드 플래시 수급도 점차 타이트해졌다.
지난 2분기 갤럭시S4 등 메가 모델이 출시되면서 64Gb 낸드 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은 강세 흐름에 올라탔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성장으로 32Gb 낸드 플래시 가격도 상승세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간만에 돌아온 상승기를 만끽했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는 1분기 영업이익 9500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1조7000억원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3174억원 영업이익에 이어 2분기 1조원 달성이 확실시 된다.
이와 달리 패키징·테스트 등 후공정을 담당하는 협력사들은 실적 부진이 여전하다. 네패스·아이테스트·테크윙·윈팩 등 나름 경쟁력을 확보한 업체조차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비슷하거나 줄어들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소자 업체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데다 자체 후공정 비중을 높인 탓이다.
종합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3차원 반도체 등 차세대 제품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현금을 축적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까지는 보수적인 투자 흐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는 앞으로 자체 패키징 비중을 점차 높일 계획이다. 실리콘관통전극(TSV) 등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외주 가공보다는 직접하는 게 수율 관리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반도체 공정을 위해 국내 협력사 대신 해외 후공정 업체로 물량을 이전할 계획이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윗목(메모리 소자)은 펄펄 끓는데 아랫목(후방 산업)은 냉랭하기 그지없다”며 “새로 부상하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 적극 진입해 향후 메모리 의존도를 꾸준히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위: 억원)
※자료: 전자공시시스템 및 업계 취합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