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 더 뉴K5, ‘깊어진 내면’ 살펴보니

[시승기] 기아 더 뉴K5, ‘깊어진 내면’ 살펴보니

2010년 처음 출시됐던 기아 K5가 3년 만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기존 차가 디자인으로 큰 성공을 거둔 만큼, 외관을 크게 바꾸진 않았으나 디테일을 손봐 완성도를 높였다는 것이 회사 측 주장이다. ‘호랑이 코’ 그릴을 적용하는 등 패밀리룩을 따르곤 있지만, 변경 폭이 크지 않은 탓에 K9, 카렌스 등 완전히 새롭게 출시된 차와는 차이를 보인다.

크롬 부분을 얇게 처리하고 검정색 테두리로 헤드램프와의 연결감을 강조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안쪽 패턴이 다르다곤 하지만- 터보, 하이브리드 등 기존 K5에서 보던 형태라 완전히 새롭다곤 할 수 없다. 헤드램프 상단에는 LED로 하얀 눈썹을 그려 넣은 것이 눈에 띈다. 처음엔 쏘렌토R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뒤따라오는 모습을 거울로 보고 있자니 K3로 착각할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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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퍼 아래쪽 가운데 흡기구에서 바깥쪽 안개등을 향해 검은색 선이 삐죽 튀어나온 것은 카렌스에서도 볼 수 있었던 부분인데 이차에선 훨씬 도드라져있다. 이로 인해 안개등 주변의 범퍼 면적이 부각되기도 하지만, 조커의 찢어진 입을 보는 것 같은 묘한 기분도 든다. 안개등 형상만 따로 노는 듯 했던 기존 디자인과 비교하면 전체적으로는 나아졌다고 할 수 있겠다.

네 개의 사각형으로 나뉜 ‘아이스큐브’ LED 안개등은 유럽에서 먼저 공개된 기아 프로씨드GT에서 처음 본 것 같다. 국내에서는 ‘현빈의 눈빛처럼 멋지다’는 둥 여성들의 호응을 얻어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중간급인 2,470만원짜리 ‘트렌디’ 트림부터 적용되는 사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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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램프, 즉 리어콤비네이션 램프의 LED는 지나치게 치켜뜬 모양이었던 구형에 비해 한결 안정된 모습이다. 트렁크 덮개를 새로 만들면서 램프 형상까지 바꾼 덕분이다. 다만 이전보다 뭉툭해져 스포티지R을 연상시키는 뒷모습에서, 원래의 날카로움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트렁크 덮개 위쪽은 뒤로 잡아당겨진 형태로 바뀌었다. 뒷범퍼는 반사판을 위로 치켜 올리는 한편 볼륨감을 높였다.

트렌디 트림부터 적용되는 18인치 휠은 디자인 변경이기도 하지만 주행 감성을 높인 부분이기도 하다. 휠 강성을 개선해 정숙성 향상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사실, 외관보다는 내면(?)의 개선에 집중한 인상을 주는 것이 이번 K5의 특징이다. 기존 고객 불만을 반영해 다양한 소음저감 및 승차감 향상 대책을 적용했다고 한다. 이중접합 차음글래스 앞유리, 다이내믹 댐퍼, 서스펜션 튜닝 등이 그런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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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리프트 모델로서는 이례적으로 시트도 바꿨다. 법인택시로 40대를 공급한 뒤 5개월 동안 피드백을 받아 설계를 변경했다고 한다. 시승 거리는 길지 않았지만 처음 앉았을 때부터 몸에 붙는 느낌이 좋긴 했다. 날이 더우니 통풍 기능도 반갑다.

실내는 새틴 크롬 액센트, 고광택 검정색 마감 등을 적용해 이전보다 고급스럽고 화려해진 분위기다. 특히 분위기를 확 바꿔 놓은 것은 스티어링 휠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BMW M버전의 그것처럼 생겼다. 심지어 터보 모델에는 아래쪽을 평편하게 깎은 D컷 디자인을 적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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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권은 변속버튼일 것처럼 생긴 ?하지만 아래쪽에 치우친- 주행모드 변경 버튼이다. 스포츠/노멀/에코로 조절할 수 있는 주행모드 통합제어 시스템은 조향 시 운전대 무게감과 엔진, 변속기의 반응을 함께 변경해준다. 수입차 등에서 예전부터 볼 수 있었던 사양이지만 이렇게 손쉽게,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바꿀 수 있도록 배치한 경우는 드물다.

모드 조절에 따른 차이가 적지 않은데다 기본사양으로 제공되니 더 많은 사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선회안정성이 향상된 서스펜션과 함께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이 시스템의 효과가 십분 발휘되는 것은 터보 모델이라고 관계자가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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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의 경우, 변속기 부근과 윈도우스위치 부분까지 블랙 하이그로시 마감이 적용된다지만, 일반 K5는 여전히 요상한(?) 우드 장식이 그 자리를 차지해 조화가 덜된 느낌을 준다. 물론 이게 좋다는 사람도 있고, 그러니 이렇게 나왔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달걀귀신’ 같았던 변속레버 모양이 바뀐 것도 반갑다. 그렇다고 요번 것이 딱히 맘에 드는 디자인은 아니다.

시승차처럼 슈퍼비전 클러스터가 적용된 경우, 계기판 액정도 구형보다 커졌다. 4.3인치로 커진 화면에 길 안내 화살표가 뜬다. 8인치 내비게이션 화면과 함께 화질이나 그래픽 등이 수입차 저리가라다. 계기판으로 확인한 100km/h 정속주행 시 엔진회전수는 2,000rpm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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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성을 개선했다는 회사 측 주장에 너무 귀를 기울였던 탓일까? 실제 주행 소음은 기대를 뛰어넘게 조용한 수준은 아니었다. 물론 기존 차나 경쟁모델과의 비교 시승이 아니니 단박에 어떻다는 평가를 내리긴 어렵고, 대중적인 중형차에서 고급 수입차 수준의 정숙성을 바라는 것도 문제긴 하다. 찬찬히 달릴 때는 엔진 소음 등이 워낙 적다 보니 상대적으로 노면 마찰음이나 바람소리가 두드러지는 것은 사실이다.

시승차에 끼워진 18인치 휠·타이어가 핸디캡이긴 하지만, 주력 트림에 기본 적용되는 사양이고 정숙성 개선에도 한몫했다는 부분이니 감수해야 한다. 대신 도로의 울렁임이나 요철 통과시의 충격음 흡수 면에서는 효과가 좋아 보였다. 적어도 이번 시승코스에서는 휠 사이즈를 잊을만큼 말랑말랑한 느낌을 받았다. 참고로, 시승차의 타이어는 225/45 사이즈, 넥센 CP66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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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지난 해 초에 먼저 바뀌었다. 이전의 쎄타II 대신 누우 2.0 CVVL 엔진을 탑재해 출력은 7마력, 토크는 0.3kg·m 늘었고, 연비는 구연비 기준 7.7% 향상됐다. (172마력, 20.5kg·m, 복합연비 11.9km/l) 수치차이는 크지 않지만 슬로틀 밸브 대신 흡기 밸브의 높이 제어로 실린더 내부에 유입되는 공기 양을 조절해 최적 연소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첨단 ‘CVVL(연속가변밸브리프트)’기술이 적용된 엔진이다. 친환경성이 높을 뿐 아니라 가속이 더 부드럽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기술은 그렇다지만 급가속시 소리만 크고 속도가 더디게 붙는 느낌은 여전하다. 수치상으로는 SM5 TCE보다 18마력 뒤질 뿐이지만 체감성능의 차이는 훨씬 벌어진다. 엔진과 변속기 형식이 다른 차라 그렇긴 하지만 제원대비 실망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일상적인 사용에 문제될 정도는 아니고, 저속에서는 오히려 가볍게 잘 나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큰 덩치를 경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2,000cc 자연흡기 엔진의 한계라고 한다면, 고회전에서의 음색이라도 잘 다듬어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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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주행 시 사각지대 감시는 물론, 후진할 때 옆에서 다가오는 차까지 감지해 알려주는 후측방 경보시스템을 갖췄다. 주차조향 보조시스템, 전동 주차브레이크와 오토홀드 기능은 지난 해 초부터 적용됐다. 그런데 이들보다 놀라운 것은 뒷문을 닫을 때 얇은 철판이 텅텅 거리는 소리가 난 것이었다. 디자인도 좋고 사양도 좋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깊은 내면’이 뭔지도 좀 더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민병권 RPM9기자 bk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