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이슈]멤브레인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산업이 확산되는 가운데 `멤브레인`이 미래 산업의 핵심소재로 주목 받고 있다. 멤브레인은 특정 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해 혼합물을 분리하는 액체 혹은 고체 분리막 기술이다.

흔히 마시는 맥주병에서 `비열처리`라는 문구를 보게 된다. 말 그대로 맥주 제조과정에서 열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맥주는 효모 등 미생물이 살아있어 높은 온도에서는 보존기간이 짧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가열살균 처리를 했지만 멤브레인 기술 발달로 비열처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멤브레인은 아웃도어 등 활동성 의류에도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어텍스(Gore-Tex) 섬유소재다. 빗물 등이 섬유에 스며드는 것은 막고 수증기는 밖으로 배출시키는 기능성 소재이다. 섬유에 사용되는 멤브레인은 가로세로 1인치 당 90억개 이상의 미세구멍의 얇은 막으로 이뤄졌다. 미세구멍 크기가 물방울보다는 2만배 가량 작지만 수증기 입자보다는 700배나 크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을 완벽하게 차단한다. 또 피부에서 발생하는 땀은 수증기 형태이어서 원활한 배출이 가능하다. 멤브레인 세계 시장규모는 1997년 12억달러에서 2007년에 33억달러로 연평균 11% 성장했다.

최근 멤브레인이 우리 생활 속에 가깝게 자리하면서 수처리 분야를 중심으로 이차전지, 석유·화학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수처리용 멤브레인은 공공 상하수, 산업용수, 담수, 초순수(Ultrapure Water) 등에 활용되는 추세다. 세계적으로 도시화, 산업화, 기후변화 등으로 물 부족현상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담수화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수처리 분야는 기존의 화학처리나 증류 방식에서 멤브레인 방식으로 대체 중이다. 최근 수질 기준이 강화되면서 기술 개발에 따라 멤브레인 성능효율은 높아지는데다, 가격까지 떨어지고 있어 빠른 산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내 한 기업에서 작은 면적에서도 소용량 정수에 유리한 `가압형 중공사막` 방식의 멤브레인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미세하고 균일한 구멍이 뚫려있는 빨대 모양의 중공사막(Hollow Fiber Membrane)을 다발로 모아 용기 안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여과 기능을 갖췄다. 가압형 중공사막 모듈은 중공사막에 펌프의 압력으로 물을 뽑아내 통과시켜 정수하는 방법으로, 수조에 중공사막을 담가 진공상태로 당겨 정수하는 `침지형 중공사막` 모듈과는 다르다. 이 때문에 정수시설의 면적이 작거나 소용량을 정수할 때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수처리용 멤브레인은 적용 현장에 따라 다양한 요구가 있기 때문에 용도별로 여러 기술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라며 “차별화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신소재 멤브레인 개발에 주력해야 하는 산업이다”라고 말했다.

세계 수처리 관련 시장은 2010년 550조원에서 2016년 750조원 규모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중 수처리용 멤브레인 시장은 2013년 현재 연간 2조원 규모이며, 연간 성장률 13%에 이르는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수처리 분야에 이어 멤브레인은 앞으로 에너지 분야에도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리튬574이온 이차전지는 양극과 음극이 서로 이온을 교환하면서 전기를 얻게 된다. 이 때 양극과 음극이 닿을 경우 쇼트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멤브레인(분리막)기술 고도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연료전지용 멤브레인으로 듀폰(Dupont)의 내피온(Nafion)이나 고어(Gore) 등의 불소계 고분자 제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비불소계 고분자나 세라믹에도 적용이 확대돼 멤브레인을 채용한 시장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HEV)나 전기자동차(EV) 시장의 성장이 예상되면서 자동차용 멤브레인의 한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멤브레인은 석유·화학 산업에도 각광 받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은 분리공정이 전체의 60~80%를 차지한다. 원유에 혼합돼 있는 물질 중 프로판과 프로필렌의 분리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이 때 증류탑에서 순도가 높은 물질을 분리하기 위해 증류탑이 계속 높아지고 있고 그만큼 에너지 소모도 많아지게 된다. 이러한 공정을 고효율 멤브레인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증류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