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시박스 2주년, 1만명 고정 회원 확보.. 서비스크립션 사업 연착륙 성공

아시아 최초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 사업을 시작한 글로시박스가 설립 2주년을 맞았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매월 회원에게 필요한 아이템 샘플 5가지를 박스에 담아 보내주는 서비스다. 이용자는 매월 구독하는 잡지처럼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글로시박스를 시작으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시장이 개화하면서 비슷한 업체가 100여개 생겼다. 분야도 화장품, 애견, 농산물, 생수까지 다양하다.

최홍준 글로시박스 대표는 “처음 한국 시장에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라는 낯선 모델을 도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글로시박스는 지난 2011년 5월 야심차게 첫 박스를 내놨지만 당시 출고된 500개 박스 대부분은 대기업 홍보팀, 잡지사 에디터, 파워블로거 등에게 돌아갔다.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말로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글로시박스를 무작정 보냈다. 2∼3개월 만에 반응이 왔다. 포털에서 싱글녀 검색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가입자가 모아지면서 마케팅에 가장 보수적인 화장품 브랜드도 조금씩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페라가모, 겔랑, 르네휘테르 등 유수의 명품 브랜드 관계자들이 최 대표의 삼고초려에 파트너십을 맺었다. 당시 명품 브랜드들은 페이스북 페이지조차도 없을 정도로 마케팅에 보수적이었다. 이런 기조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캐스키드슨과 제휴로 업계를 놀라게 한 데 이어 9월에도 명품 B사와 협업한다.

현재 글로시박스를 `정기 구독`하는 회원은 1만여 명에 달한다. 한국 최대 규모라는 자부심이 있지만 최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맨 처음 마케팅을 할 때는 최초, 최대라는 단어를 많이 썼습니다. 첫 슬로건도 `대한민국 넘버 원 브랜드`였을 정도지요.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 달에 한번 당신을 놀라게 하라`로 바꾸고 고객 만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글로시박스는 최 대표가 창업한 회사가 아니다. `기획형 인큐베이터`를 표방하는 로켓인터넷이 한국 시장에 글로시박스를 설립하고 최고경영자(CEO)로 최 대표를 선택한 것이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SK텔레콤 투자부문에서 일하다 UCLA MBA 과정 중에 DFJ가 주최한 스타트업 경연대회에서 1등을 했던 경험 등이 주효했다.

최 대표는 “당시 나를 캐스팅한 로켓인터넷 회장에게 `만약 사업이 잘 안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 스타트업은 초기 6개월동안 95%는 망한다`고 단도 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회장은 `시장환경 때문에 망했으면 다른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대표는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있는 로켓인터넷에서 사업을 시작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결국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의 글로시박스 초반 세팅까지 도맡았다. 현재 글로시박스는 16개국에 서비스한다.

글로시박스 목표는 무엇일까. `다양한 브랜드와 폭 넓은 파트너십`이라는 이야기를 예상했지만 최 대표는 다른 대답을 내놨다. 기존 글로시박스를 주문했던 회원 정보를 활용해 개인화 마케팅에 주력하겠다는 것. 그간 소셜미디어와 제품을 통해 바이럴 마케팅에 의존했다면 이젠 정교한 마케팅 채널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로켓인터넷에서 3차 펀딩을 기다리고 있다. 최 대표는 “폭발적으로 회원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며 “회원 피부타입에 따른 컨설팅은 물론이고 화장품 추천 서비스와 친구끼리 박스 공유서비스 등 다양한 모델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