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아마존vs월마트, 최후 유통전쟁 시작된다

아마존 vs 월마트

최근 유통업계 최대 화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융합이다. 전통적으로 매장 판매에 집중하던 오프라인 업체들이 앞다퉈 온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온라인 업체들은 오프라인 매장까지 활동 영역을 넓힌다. 변화의 중심은 각 진영의 지존, 월마트와 아마존이다.

[이슈분석]아마존vs월마트, 최후 유통전쟁 시작된다

포천 선정 500대 기업 중 1위 기업 월마트는 요즘 아마존 때문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온라인 서점으로 출범한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광고, 식품유통으로 무섭게 사업을 확대한다. 유통 전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게 궁극적 목표다. 유통업계 패권을 잡으려는 월마트와 아마존의 아마겟돈의 막이 올랐다.

◇상대편 안방에 직격탄

월마트는 지난달 19일 미국 내 4000여개 매장을 활용해 온라인 쇼핑을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온라인에서 구매한 제품을 집 근처 월마트로 배달해주는 게 핵심이다. 매장에 설치된 보관소에서 물건을 찾을 수 있다.

월마트의 새로운 전략은 아마존이 시애틀에서 시범 운영하던 식료품 배송 서비스 `아마존 프레시`를 확대한다고 밝힌 뒤 8일 만에 나왔다. 아마존은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샌프란시스코, 내년엔 20개 도시로 서비스를 확대한다. 아마존이 신선도와 배송비 우려로 오프라인 유통 전유물이던 식료품 사업을 확대하자 월마트가 맞불을 놨다.

두 회사의 신경전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월마트는 지난해 9월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패드 판매는 지속하면서 아마존 킨들은 판매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해오던 당일배송제를 북부 버지니아와 필라델피아에서 정식 시작했고 새너제이와 샌프란시스코로 확대했다. 2009년 10개 매장에서 당일배송제를 시작한 아마존의 사업 성장을 의식한 결정이다.

온라인 사업도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2년 전만해도 월마트는 온라인 쇼핑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매출은 2%에 불과하다. 지난해부터 온라인 매출을 해당 지역 매장 직원의 실적으로 인정하는 등 온라인 사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2년 동안 10여개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전자상거래 기술을 확보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두 회사의 경쟁은 올해 들어 더욱 치열해졌다.

◇배경은 아마조니피에이션

월마트와 아마존의 유통 경쟁은 아마존의 급속한 성장세를 의미하는 `아마조니피에이션(Amazonifiation:전 유통산업의 아마존화)`에서 비롯한다.

아마존은 1997년 1개에 불과하던 물류센터를 지난해 58개까지 늘렸다. 미국인 90%가 익일 배송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물류센터를 늘리는 게 목표다. 이제 아마존은 단순히 저렴하게만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이 아니다. 주문부터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 아마조니피에이션은 지난해 이베이가 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손을 잡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주요 외신은 유통산업 전체가 아마존에 잠식당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매장에서 보고 온라인에서 주문하는 `쇼루밍(Showrooming)`은 아마존 성장을 대변하는 단어다. 실물은 매장에서 살펴보지만 가격 비교와 주문이 편리하고 저렴한 온라인에서 주문하는 소비자가 늘어난다.

해리스여론조사소에 따르면 지난해 월마트 매장에서 제품을 본 후 온라인에서 구매한 고객 중 64%가 아마존을 이용했다. 월마트 온라인몰에서 구매한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월마트는 더 이상 아마존의 전시장으로 전락할 수는 없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모바일을 활용한 온라인 서비스 강화에 나선 배경도 이 때문이다. 월마트는 시멘틱 분석 플랫폼 `폴라리스`와 선물추천 앱 `쇼피캣`으로 온라인 사용자를 공략한다. 카드 없이도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매장에서 수령할 때 현금으로 결제하는 `페이 위드 캐시`도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한 수단이다.

◇온라인 서비스 혁신이 승패 가른다

아마존과 월마트 중 어디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예측은 어렵다. 하지만 혁신적 물류 체계와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을 동시에 갖춘 업체가 승리할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영국 2위 유통업체 ASDA 최고경영자(CEO) 앤디 본드는 지난해 텔레그라프와 인터뷰에서 2020년 아마존이 월마트를 제친다고 전망했다. 온라인 시장 확대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아마존 성장 속도가 월마트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그는 온라인 업체가 매장을 늘리는 것은 신뢰 기반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서라며 아마존의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마트가 향후 들고 나올 온라인 서비스 혁신 모델에 따라 1위 자리 수성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모바일 커머스`의 효과적 활용도 두 회사 경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온오프라인 통합이 가속화되면서 모바일 커머스 중요성이 커진다. 온라인의 `최저가 보장`이나 오프라인의 `현장구매`는 더 이상 강점이 될 수 없다. 현장구매는 모바일과 연계된 할인 기회를 놓치게 돼 오히려 소비자에게 안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온라인 업체도 최신 모바일 플랫폼이 없다면 고객을 놓치기 십상이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구매 편의성을 높여주는 모바일 커머스는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무는 핵심 수단이다. 미국 모바일 커머스 시장 규모는 올해 140억 달러(약 1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아마존 매출 10%가 모바일에서 발생했다.

성민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시맨틱 검색이나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 모바일 앱 등 IT기술을 활용한 마케팅 전쟁이 가속될 것”이라며 “통합이 빨라지는 유통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월마트 `폴라리스` 같은 온라인 서비스를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