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이 동해에서 해양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를 분리하는데 성공해 해양 미생물 연구의 새로운 길이 열렸다. 세균을 숙주 세포 삼아 살아가는 해양 바이러스는 해양생물군집의 개체 수를 조절하고 물질 순환에 영향을 미쳐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해양 바이러스는 실험실에서 배양하기 어려워 그동안 유전적 분류나 유전자 기능 등에 대한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1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조장천 인하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와 강일남 박사, 오현명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 등 국내 연구진이 동해 해수에서 세균 SAR116 그룹에 기생하는 박테리오파지 HMO-2011을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동해 표층 해수에서 SAR116 그룹의 균주 IMCC1322를 분리한 뒤 이를 숙주삼아 살아가는 박테리오파지 HMO-2011을 다시 분리해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박테리오파지가 인도양, 태평양을 포함해 세계 주요 해양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바이러스이며 기존 바이러스들과 다른 특이한 염기서열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 박테리오파지에서는 다른 바이러스에서 보이지 않았던 황화합물 산화효소가 처음으로 발견됐으며 유전정보를 복제하는데 이용되는 DNA중합효소는 기존 생물체와 다른 특이구조를 나타냈다.
세계 해양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바이러스를 시험관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함에 따라 해양 미생물의 다양성과 물질순환 연구가 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연구팀은 “박테리오파지는 해양의 탄소, 질소, 황 순환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며 “앞으로 전지구적 물질순환과 기후변화 연구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