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 넓은 조여사, 홈쇼핑으로 대박난 비결

어수선한 아줌마들이 갖고싶어 안달하는 이상한 물건 하나가 홈쇼핑업계에서 연일 대박행진을 하고 있어 화제다.

피부가 탱탱해지는 화장품도, 디자인에 반할만한 주방가전도, 주말을 책임질 아웃도어 용품도 아니다. 그냥 길쭉한 플라스틱 칸막이를 왜 그렇게 주부들이 좋아하는 것인지, 보면 볼수록 호기심이 발동한다.

이름마저도 희안한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오지랖’. 어지러운 서랍을 순식간에 깔끔히 정리해주는 다용도 칸막이다. 첨단기술도 없고 제조공법이 특별하지도 않다. 사소한 변화로 소비자에게 커다란 편익을 주는, 한 여성의 아이디어가 숨어 있을 뿐이다. 기존의 서랍용 칸막이는 길이조절이 안된다는데 착안해, 늘렸다 줄였다 맘대로 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한 것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생활밀착형 아이디어 하나로 홈쇼핑 시장을 접수하고 내친김에 세계무대까지 진출하겠다며 호언장담하는 오지랖 넓은 CEO, ㈜미파라의 조인자 사장을 만나봤다.

오지랖 넓은 조여사, 홈쇼핑으로 대박난 비결

◆ 서랍용 다용도 칸막이 오지랖, 주부들을 홀리다 ㈜미파라에서 만난 조인자대표의 첫인상은 블랙톤의 심플한 의상 때문인지 세련되고 단정해보였다. 깔끔한 옷매무새처럼 집에 가도 먼지 하나 없이 정리정돈 완벽하게 해 놓고 살 것 같다고 인사를 건네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천만에요. 저는 보기보다 털털하고 집안 어지르기 선수에요. 이 사업에 뛰어들기 전엔 의류업을 했었는데, 주말마다 집 치우는 게 스트레스였죠. 학창시절 밀린 일기 쓰듯이 옷장부터 씽크대, 아이들 책상서랍까지 손가는 데로 치우곤 했으니까요. 피곤해서 주말에 정리정돈을 거르면 바쁜 출근시간에 엉망으로 뒤섞인 서랍에서 옷을 찾아 입느라 법석이었답니다.”

패션 비즈니스를 하다보니 옷차림에 신경 쓸 수 밖에 없었던 조대표는 바쁜 아침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이 궁리 저 궁리 하다가 서랍정리용 칸막이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바구니를 쓰다가 박스로 칸을 나눠도 보고, 심지어 목공소에 찾아가 옷장서랍에 딱 맞는 맞도록 나무를 잘라온 일도 있었다.

조대표는 어느날 본인이 구입해서 한두번 쓰고 버려둔 서랍 칸막이들을 쭉 늘어놓고 문제점들을 꼼꼼히 따져봤다. 내구성이 약해 부서지거나 형태가 뭉그러진 제품, 서랍 내 고정력이 떨어져 자투리 공간이 생기는 제품, 싸구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미적 감각이 떨어지는 제품까지 다 마음에 안들었다. 그러다 문득 손쉽게 길이가 조절되는 칸막이가 있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스쳤고, 대형마트며 온라인쇼핑몰을 뒤졌지만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럼 내가 마음에 딱 드는 제품을 직접 개발하겠다고 나섰죠. 남편이 절대 안된다고 말리더군요. 평생 옷만 만들던 사람이 엉뚱하게 서랍칸막이 얘기를 하니 당연한 반응이었죠. 하지만 전 뭔가 하나에 꽂히면 해내고 마는 성격인데다, 판매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었어요. 내가 생각한 제품이 나오기만 하면, 생활 속에서 나처럼 불편을 겪었던 주부들이 첫눈에 알아봐 줄거라 믿었거든요.”

그래도 머릿 속의 아이디어를 구현해 상품으로 만드는 일에 어려움은 없었냐고 묻자 조대표는 그동안 고비가 많았다고 말한다.

“막상 개발에 들어가니 특허출원부터 금형, 박스제작, 마케팅, 유통까지 쉬운 건 하나도 없더군요. 패션회사와는 전혀 다른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배워나가야 했어요.”

몇 번에 실패 끝에 조대표는 본인 마음에 쏙 드는 결과물을 얻어냈다. 자유자재로 길이를 52cm까지 쭉쭉 늘렸다 다시 줄일 수 있는 편리한 서랍정리용 칸막이 ‘오지랍’이 완성된 것. 플라스틱 대신 튼튼한 ABS를 사용했고, 겨울옷 수납 시에도 든든히 지지해 줄 수 있도록 양쪽 끝에 특수 재질도 부착했다. 패션감각을 살려 깨끗한 하얀색 바탕에 상큼한 오렌지 컬러를 배합했다.

오지랖 넓은 조여사, 홈쇼핑으로 대박난 비결

결국 오지랖은 2011년 중소기업청 후원 우수 아이디어 상품으로 선정됐고 이를 바탕으로 부천 산업진흥재단에서 정책자금을 받아냈다. 국내 특허는 물론 국제 PCT 특허까지 출원했고, 중기청이 발굴하는 중소기업 우수제품인 ‘HIT500’으로도 선정됐다. 지난해 *월부터 홈쇼핑에 제품을 런칭해 연일 매진을 기록하면서, 이제는 서서히 대중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 디지털시대, 오지랖이 넓어야 성공한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름은 오지랖이냐고 묻자 유쾌한 웃음과 함께 대답이 걸작이다.

“그 질문 정말 많이 받아요. 사실은 사내공모도 해보고 이름 때문에 고민 많았어요. 제품 출시를 얼마 앞두고 어떤 모임에 갔다가 제가 남의 일에 참견하는 걸 보고 친구가 그러더군요. 너는 어릴 때부터 오지랖이 넓더니, 아직도 성격 여전하다구요. 그 순간 결정했죠. 오지랖이 딱 어울리는 이름이라구요.”

오지랖이 부정적인 단어로 들리지만 어원을 알고보면 더없이 정감가는 말이라는 게 조대표의 설명이다.

“옛사람들은 어머니의 윗옷 저고리를 오지랖이라 불렀어요. 오지랖 넓은 여인들은 자신의 저고리를 열어 남의 자식에게까지 젖을 물렸죠. 오지랖이 넓다는 건 칭찬의 의미인 셈이죠. 오지랖 넓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행복지수가 올라간다고 생각해요. 서로서로 관심을 가져줘야 따듯하고 살맛나는 사회가 될테니까요. 한국인들의 DNA에는 원래 오지랖이 많은 게 아닐까요? 너와 나를 가리지 않고 ‘우리’라고 불렀던 유별난 공동체 의식만 봐도 그렇잖아요”

조대표의 오지랖 예찬론을 듣다보니, 경영철학으로 이어진다. “사장이 오지랖이 넓으면 ‘관계지향적’인 회사운영이 가능합니다. 협력업체 담당자의 취미부터 직원들의 신상명세, 하다못해 VIP고객의 주치의가 누구인지 줄줄 꿰고 있으면 그런 회사는 잘 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조대표는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억울하다는 사연이 들리면 참견을 계속하는 오지랖 넓은 CEO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사 가면 가구는 바꾸더라도 오지랖은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제 목표에요. 한국에서 통한 오지랖은 해외에서도 먹힐 거에요. 살림하는 여자 마음은 다 똑같을 테니까요. 대단한 첨단기술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오지랖여사’라는 별명으로 불릴 때 저는 가장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