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부터는 정말 걱정이다. 프리미엄 부품 주문량이 줄고 이미 판가가 낮아질대로 낮아진 보급형 부품 주문만 늘어 수익성 악화가 불보듯 뻔하다.”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 사장의 하소연이다. 삼성전자가 이달부터 갤럭시S4 부품 재고 조정을 시작하면서 후방 업체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연구개발(R&D)에 투자해 만든 고부가가치 제품보다 기술 평준화가 이뤄져 있는 보급형 부품 판매량이 늘어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술 장벽이 낮은 소재·부품은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기자수첩]삼성 스마트폰 이후를 고민할 때](https://img.etnews.com/photonews/1307/449056_20130704172749_263_0001.jpg)
삼성전자 협력사들은 자의반 타의반 증설 투자를 단행하고 갤럭시S4 부품 공급을 준비했다. 갤럭시S3 성공에 취해 기대감이 너무 컸던 것 같다.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5` 판매량이 예상보다 저조했지만 삼성전자 갤럭시S4만큼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중국 화웨이 등은 벌써부터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턱밑까지 추격했다.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이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분기 갤럭시S4 판매량이 2000만대를 돌파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2800만대라는 내부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삼성 불패` 신화는 여전한 듯하다. 지난 4분기 LTE폰 시장에서 아이폰5 판매량이 삼성전자 제품 판매량을 2배이상 압도했지만 애플의 추락을 기정사실화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성숙했고 기술도 상향 평준화 됐다. 포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가의 프리미엄 모델 판매량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시장 성숙 단계상 어쩔 수 없는 수순이다.
한국 전자업계 제조업은 지난 몇 년간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올인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걸 준비할 여유도, 이유도 없었다. 이 시점에서 경고음이 울린 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삼성 스마트폰 위주로 짜여진 전자 소재·부품 제조 업계가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