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의 혁명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됐던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이 결제 확산에 앞서 스마트가전 시장에서 핵심 기술로 급부상하고 있다.
4일 업계·학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가전업계가 NFC 기술 채택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들 업계는 NFC 기술 채택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어 앞으로 다양한 스마트가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NFC 가전제품은 이미 지난해 일본 업체가 스타트를 끊었다. 작년 말 파나소닉은 문 열림 횟수에 따른 절전 정보와 레시피 기능을 지원하는 냉장고를 개발했다. 회사는 세탁기·에어컨 등에도 NFC를 적용했다.
국내에선 시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뛰어난 보안성과 편리성을 예로 들며 확산 가능성을 높이 점친다. 올해 들어서는 LG전자를 비롯해 동부대우전자·리홈쿠첸 등이 NFC기술을 적용한 냉장고·세탁기·에어컨·전기밥솥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NFC 기술 채택에 소극적이던 삼성전자가 이를 적용한 프린터를 내놓았다.
업계와 연구계에서는 NFC 기반 스마트 가전제품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결제시장보다는 가전시장에서의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NFC를 모바일결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인프라를 바꿔야 하고 소비자 결제습관도 바꿔야 한다”며 “반면에 가전제품은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데다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 확산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전자는 원거리에서 리모컨 없이 에어컨을 켤 수 있는 기능을 넣었고,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문서·이미지를 바로 출력할 수 있는 프린터를 개발했다.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에 NFC가 기본 탑재되고 있어 시장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가 새로운 가치(밸류)를 느낄 수 있는 킬러 서비스가 등장한다면 NFC 인식도 크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위대성 동부대우전자 냉기연구소장은 “스마트폰 대화면 터치스크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가전기기의 작동을 설정하거나 지시해 쉽게 가전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정부도 차세대 먹거리로 NFC 육성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앞서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현 미래창조과학부)는 NFC 기반의 스마트모바일 라이프 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에는 금융결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다만 본격적인 NFC 가전제품 확산을 위해서는 관련 업계의 공조도 필요해 다소 시간은 걸릴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냉장고에 보관 중인 제품의 유통기한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제품 하나 하나에 NFC 태그를 붙여야 한다”며 “업계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준배·김명희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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