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 부족하거나 비싸지면 옥수수로 플라스틱을 만들면 된다?`
바이오플라스틱은 옥수수, 목재와 같은 친환경원료인 바이오매스를 이용해서 만든 플라스틱이다. 바이오플라스틱은 석유 기반 제품 중심에서 탈피, 비석유 기반 원료로 대체해 고유가 시대에 대비하고 환경 부하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석유의 완전 대체보다는 석유와 비석유 기반 원료가 공존하면서 공급량이나 가격 면에서 서로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바이오플라스틱은 옥수수·볏짚·목재·해조류 등 바이오원료에 존재하는 당 성분을 기초로 제작된다. 미생물이 에너지를 생산하고자 당을 소비하고 부산물인 화학 물질을 배출하면 이것을 활용해 일반 고분자 제조공정과 유사하게 중합 과정을 거쳐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든다.
바이오플라스틱은 석유 기반 플라스틱의 모든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장난감·트레이 등 플라스틱 제품과 옷, 자동차 부품 등 여러 응용 분야에서 이미 바이오플라스틱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독성물질을 함유하지 않은 친환경 바이오플라스틱 유아용품이 많이 출시되는 추세다.
바이오플라스틱은 원료인 바이오매스가 광합성에 이산화탄소가 필요하므로 탄소배출저감 측면에서 유용하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사용 후 매립이나 퇴비화 등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쓰레기 봉투는 일정 기간 퇴비화 과정을 거치면 내용물과 봉투가 함께 퇴비로 만들어져 활용할 수 있다.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지만 아직까지 물성이 기존 석유 기반 고분자에 비해 다소 부족하다. 폴리유산(PLA)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내열성이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끓이지 마세요`라는 주의사항이 항상 붙어 다닌다. PLA 내열성이 50~60도이므로 뜨거운 물에 끊이면 변형이 생긴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려는 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이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예측된다.
바이오플라스틱은 제조방법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천연에서 바로 얻을 수 있는 고분자(플라스틱), 미생물로 바로 만들어지는 고분자, 중합기술로 만들어지는 고분자로 구분된다. 제조방법은 서로 다르지만 결국 세 가지 모두 바이오매스로 만든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이오플라스틱 중 대량으로 처음 시장에 나온 제품은 옥수수 기반 PLA다. PLA는 농업관련 회사 카길에서 10여년 전 상업화를 시작했으며 현재 연간 14만톤 규모로 양산하고 있다. 듀퐁에서는 옥수수 기반 폴리트리메틸렌·테레프탈산(PTT)을 1990년대 말 상업화했으며 주로 신축성을 이용해 카펫, 신축성 의류(데님바지 등) 등에 적용하고 있다.
현재 상업화된 바이오플라스틱 바이오원료는 주로 식용작물(옥수수)이 사용되고 이는 곧 농작물 가격 상승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바이오플라스틱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향후에는 비식용작물, 목재류 등으로 적용·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미 여러 선진기업에서 상업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래에는 바이오 정제사업으로 바이오연료와 다양한 종류의 바이오케미컬 제품 생산이 예상된다. 옥수수 이외의 비식용 작물을 원료로 활용하려는 연구, 바이오매스 원료로부터 폴리아미드, 폴리올레핀 등 범용수지를 제조하려는 연구개발 등이 진행되고 있다.
기업이 바이오플라스틱에 투자하는 것은 아직까지 시장 현황과 기술 면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일부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은 화학공정 대비 가격 경쟁력이 낮은 상태지만 그 성장 가능성은 높게 예측되기 때문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석유 기반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석유 기반 플라스틱에 재활용비용을 부과한다. 이탈리아, 호주, 멕시코, 미국 등에서는 비생분해 기반 비닐백(쓰레기봉투, 포장봉투 등)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또 이산화탄소, 폐수 등 환경 저해 물질을 저감할 수 있는 친환경 공정 및 제품 개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부담을 떨쳐내고 지속가능한 화학 산업을 육성하고자 원료물질을 석유에서 바이오매스로 전환하는 것은 세계적인 메가트렌드 중 하나다.
기업들은 잠재 수요와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선도 기술을 선점하고자 이 분야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플라스틱 산업은 1993년 선도기술 개발 사업으로 산학연이 함께 연구개발에 참가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아직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바이오 분야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화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실정이다. 최근 각종 포장용기와 내구성 제품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동훈 GS칼텍스 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바이오플라스틱은 석유화학 산업의 일부를 보완해 석유자원을 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저감에 의한 기후 변화 방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연구원은 또 “점차 기능적 특성을 부여하거나 경제성을 갖춘 바이오플라스틱이 출현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