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강병준 경제과학벤처부 부장
창조경제의 핵심인 청년 일자리 창출을 모토로 청년위원회가 정식 출범했다. KT 광화문 사옥에 둥지를 틀고 활동을 시작했다. 덩달아 남민우 청년위원회 초대위원장(벤처기업협회장)도 연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직은 `정중동` 수준이지만 조만간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파격적인 세부 실행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남 위원장은 사무실 제일 잘 보이는 맞은편에 `하고자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직원들을 자극하고 있다. 창조경제 실현의 선두에 선 남민우 위원장을 강병준 경제과학벤처부 부장이 만났다. 남 위원장은 창조경제를 위한 청년위원회 임무는 첫째도 일자리, 둘째도 일자리, 마지막도 일자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을 주축으로 우리 경제가 성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대기업 위주 경제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겪는 많은 사회 문제도 결국 모두 일자리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볼 때 변화가 필요합니다” 남민우 청년위원회위원장(벤처기업협회장)은 창조 경제의 본질을 일자리 창출에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기존 대기업 위주 경제 구조로는 좋은 일자리가 힘들다고 판단했고 이를 중소·벤처기업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이런 변화를 새 정부가 `창조경제`로 대변했다고 분석했다. 한 마디로 청년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설명이다.
남 위원장은 “얼마 전 방한했던 존 호킨스 박사도 `인프라 변화 없이 떠들어봐야 창조경제는 레토릭(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며 “예산집행 시스템, 공무원의 일하는 방법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존 호킨스 박사의 말이 100% 맞는다고 전제한 뒤 “예산이 유연하지 않고, (필요한 곳이 생겼을 때) 전용할 수도 없으면 안 된다”며 이전의 틀을 지키는데 급급해서는 성과를 내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경제수석, 정무수석 등 청와대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장·차관 등이 변화해 `정부 3.0`으로 가야지만 창조경제의 틀이 만들어 진다”고 내다봤다.
청년위도 정부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데 일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정부 조달시장이 수십조 원인데 고용 창출 위주로 틀을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고용창출지수 등을 만들어 국내 일자리 창출을 많이 하는 기업에 조달시장 참여의 가점을 주자는 것이다.
“가격이 싸거나 제품 성능이 중요하지만 국내 일자리를 가장 많이 늘릴 수 있는 기업에 일을 주어야 합니다. 성장위주에서 고용위주로 가자고 대통령이 이미 말했듯이 한번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실제 수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국가 정보화 예산을 외국기업이나 대기업에 몰아주지 않고 중소·벤처기업으로 돌리면 훨씬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 위원장은 “정부 조달시장을 개편하면 대기업, 외국기업 등은 일부 피해를 받겠지만 중소기업, 벤처기업은 많은 수혜를 받는다”며 “(소프트웨어진흥법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기업이 같은 일을 할 때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정부에서 해외 청년 취업을 지원하는 `K-무브(Move) 운동`도 비슷한 접근 방식이 가능합니다. 해당 사업을 위해 여러 부처에서 총 1500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습니다. 이 예산으로 몇 천 명이 수혜를 받는데, 기업을 끌어들이면 예산 증액 없이도 1만 명 이상 늘릴 수 있습니다.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이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정규 직원 채용 부담에 해외지사 설립 등을 망설이는 기업에 매칭 형태로 지원하면 기업은 해외진출 기반을 닦고, 더 많은 청년이 새로운 채용과 경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연봉을 많이 줄 수는 없겠지만, 청년들이 1~2년 견문도 넓히고, 스펙도 쌓으면서 해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남 위원장은 “고용 위주로 예산을 쓰자는 것”이라며 “일부에서 반발이 있지만, 청년을 위한 큰 그림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쉽지 않겠지만, 청년위가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전위대가 돼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고 일을 추진하다보면 답이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많은 일을 하기에 일정이 너무 빠듯하지만, 벤처정신으로 헤쳐 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미 대선 캠프나 인수위 청년특위 등에서 반값 등록금, 일자리 창출, 청년창업 등 많은 일을 했습니다. 10여 가지는 국정과제로도 올라가 있는 만큼 최대한 빨리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남 위원장은 “벤처협회에서 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일반 공직에 계신 분들보다 자유스러운 자리이기 때문에 소신 있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봉사하러 온 자리이기 때문에 국가와 청년을 위해 다양한 메시지를 던지는 역할을 하겠다”며 “(청년 일자리창출과 직결되는) 미래부 장관이나 중기청장이 하는 일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상징적으로 미래부와 협의해 청년위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 KT사옥 1층의 녹색성장체험관을 `창조경제체험관(가칭)`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 창업, 벤처투자 등 독특한 아이템 전시는 물론 청년이 벤처·창업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 생각이다. 중소·벤처 중심으로 우리 경제구조가 바뀔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의 철학이 (내가) 생각 이상으로 워낙 확고하다”며 “새 정부에서 확실한 패러다임 시프트가 가능하다”고 낙관했다.
정리=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