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000여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 불공정 납품단가 인하 실태조사 결과가 다음 주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마지막 정리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규제기관 추가 조사로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7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5~6월 두 달간 74개 대기업, 59개 공기업과 거래하는 협력업체 6400여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단가 후려치기 실태 조사를 최근 마무리했다. 산업부는 다음 주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실태 조사는 산업부가 제값 주는 거래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지난 3월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산업부 동반성장팀과 유관 기관 직원들이 총동원돼 1000여개사에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나머지 협력사는 서면 설문조사 형태로 진행됐다.
산업부는 지난달 말 조사를 끝내고 결과 취합도 완료했다. 불공정 거래 유형별 분석과 향후 대응 조치를 놓고 마지막 점검에 들어간 상태다.
불공정 행위가 드러난 대기업 이름을 공개하자는 여론이 있었지만 개별 기업명은 발표하지 않기로 방침을 굳혔다. 양 쪽이 아닌 협력사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어서 기업명을 공개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다. 대신 해당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불공정 단가 인하 유형을 전달, 재발 방지를 주문할 계획이다.
관심은 실태 조사 결과 나타난 불공정 거래관행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 기관으로 이관할 사안이 있는지다. 산업부는 규제 권한이 없어 불공정 행위를 한 기업에 가할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 조사 결과 위법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 단가 인하 사례는 규제 기관으로 넘겨 추가 조사를 벌여야 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 몇 건이 이에 해당돼 조사 의뢰 여부가 검토되고 있다. 실제 공정위 조사 등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고발로 확대되면 해당 기업은 적지 않은 유무형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조사 결과 공개 범위와 대응 조치 수위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이로 인해 당초 7월 초로 예상됐던 발표 시기도 중순으로 늦춰진 상황이다.
조사에 응한 협력사에 불이익이 가해지지 않도록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산업부의 고민거리다. 앞서 산업부는 협력사 보호를 위해 비공개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도 개별 사례가 아닌 불공정 거래 유형만을 대기업에 전할 방침이다.
문제는 현 공급망 구조상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해당 정보에 관한 역추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산업부로서는 대기업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협력사도 보호해야 하는 과제를 안은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특정 기업이 아닌 전체 대·중소기업 거래 관계에서 나타나는 불공정 유형을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실태 조사의 목적”이라며 “발표 내용과 향후 대응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
이호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