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물 산업 첨병 시노펙스를 가다

물은 석유 다음으로 미래 국제 경제에서 큰 축을 담당할 자원이다.

환경 시장에서는 석유의 `블랙골드`와 비교해 물을 `블루골드`로 일컫는다. 기후변화와 물 부족 문제로 한 때 시장진출을 보류했던 대기업도 다시 한 번 물 산업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시노펙스 직원이 필터 하우징 작업을 하고 있다.
시노펙스 직원이 필터 하우징 작업을 하고 있다.

시노펙스는 물 분석 원천기술과 함께 핵심 소재 및 모듈, 시스템 패키지 기술까지 보유한 몇 안 되는 수처리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분리막 기술은 최근 물 산업 트렌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기술로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국내 필터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

분리막 필터는 각종 오폐수 정수는 물론이고 물 재이용, 해수 담수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미세한 구멍이 있는 막에 물을 통과시켜 이물질을 거르는 시스템으로 어느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해수담수화 부문에서는 다량의 물을 끓이는데 대규모 플랜트가 필요했던 증발식과 비교해 공간효율이 월등해 각광받고 있다.

시노펙스는 지역 단위 간이 정수처리장에서부터 해수담수화 등 고도 수처리 분야까지 폭 넓은 기술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전자부품 전문회사에서 물비즈니스그룹을 설립한 지 4년 만의 성과다.

그동안 연구개발에만 쏟아 부은 자금만 100억원 수준이다. 시장개화가 늦어지면서 많은 기업이 혀를 내두르며 자리를 떠났던 것과 달리 꾸준히 공을 들인 덕에 수처리 원전기술과 소재를 보유한 회사로 거듭났다.

시노펙스 포항사업장은 마이크로급에서 나노급까지 다양한 종류의 분리막 필터를 생산하고 있다. 실제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리막에 뚫려 있는 수많은 구멍의 크기에 따라 걸러낼 수 있는 물질과 사용처가 달라진다.

이곳에서는 기체에서 산소와 질소를 분리해 낼 수 있는 기체 분리막까지 생산하고 있었다. 원재료에서부터 분리막 생성 및 제단, 필터 조립까지 모든 제품의 생산이 이뤄진다. 어느 하나 다른 곳에 맡기는 것이 없다 보니 품질관리가 철저하다. 필터 제품 접합 부위는 초음파와 열융착 방식으로 내구도를 높이고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라인에 들어가는 필터는 전수조사를 한다.

포항사업장에서 생산하는 필터의 양은 하루 3000여개. 지난해에는 마이크로 분리막 필터 판매로 해외에서 90억원 매출을 올렸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국내 A대기업이 80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시노펙스의 경쟁력은 원천기술 확보에 있다.

분리막 기술과 물 분석 기술까지 확보하고 있어 사업영역의 응용·확대가 가능하다. 물 오염원의 분석과 분리막 선정, 그리고 분석결과에 따른 수처리 시스템 설계 능력은 고객사에 가장 효율적인 수처리 토털 솔루션을 제안한다.

포항에서 철강 와이어를 제작하고 있는 A사업장도 시노펙스의 물 재이용 설비로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

공사비 3억원을 들여 두 달여 동안 설치한 물 재활용 설비는 A사업장이 하루에 배출하는 500톤의 물을 즉시 정수해 공업 및 조경 용수로 쓸 수 있도록 만든다. 설비 유지비는 한 해 3000만원 수준이다. 즉시 정수 방식으로 별도 저수조가 필요 없어 23㎡(7평) 남짓의 작은 공간에 모든 설비가 들어서 있다.

시노펙스는 수처리 엔지니어링 사업을 확대해 자사 필터제품 사용 고객사 풀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수처리 설비 사업에서 필터 관련 기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육박하면서 엔지니어링 사업을 이용한 시너지가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병재 필터사업부 이사는 “물 시장은 필터 종류에 따라 설비 전체가 바뀌고 신뢰도 문제로 필터 공급사를 되도록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첫 고객이 평생 고객이 되는 만큼 수처리 엔지니어링 토털 솔루션으로 신규 시장 고객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술력에 아이디어를 더하다

시노펙스는 분리막 수처리 분야에서 엄연한 후발주자다. 분리막 원천기술은 아사히, 도레이 등이 선도해왔고 관련 기자재는 GE, 지멘스 등 글로벌 엔지니어 회사의 아성이 여전하다.

2005년 반도체 및 LCD용 고성능 필터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시노펙스는 이를 기점으로 복합 분리막, 바이오 산업용 필터, 고강도 중공사막 분리막 소재 등을 국산화하면서 기술 격차를 좁혀 지금은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처리 시스템 엔지니어링으로 사업 영역을 늘리면서 그동안 연구개발해 온 필터 기술력을 백분 발휘하고 있다. 특히 패키지 형태로 설계된 중소형 정수설비는 틈새시장을 노린 주력 무기다.

컨테이너 박스 안에 모든 시스템을 집약해 놓은 패키지형 수처리 설비는 모든 조립이 끝난 상태로 운송과 설치가 이뤄진다. 자재조달이 힘든 개발도상국 시장에도 운송만으로 정수설비를 제공할 수 있고, 공사 자체가 어려운 오지에도 설치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동쪽 끝 독도에 설치돼 50여명의 생활용수 공급을 책임지고 있다.

세네갈에 설치된 지하수 정수시설도 대표 사례 중 하나다. 하루 500톤의 지하수를 정수하는 설비로 선진국 기준보다 네 배가량 깨끗한 물을 공급한다. 매일 25만명이 이 시설을 찾아와 2ℓ의 물을 담아가고 있으며 물을 마시려 8㎞를 걸어오는 세네갈 어린이들도 있다.

차량과 정수설비를 하나로 합친 이동형 정수차량은 시노펙스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차량과 정수설비가 하나로 구성돼 있어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이동해 생활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 최근에는 태양광 모듈을 붙여 정수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차량가격은 대당 1억원 수준이고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물의 양은 20여톤이다. 시노펙스는 이 차량을 물 부족 국가 및 수해지역 긴급 구호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수해현장에서 식수 공급으로 사용되는 비용이 4000만~5000만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올해는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50여대의 이동식 정수차량을 수출한다는 목표다.

◆박병주 시노펙스 물비즈니스그룹 사장 “해외 민간수도사업자 진출이 최종 목표”

“해외 민간수도사업자까지 진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근 전력업계가 해외시장에서 민간발전사업자로 새로운 기회를 보는 것처럼 물 관련 엔지니어링 사업에 이어 운영 및 유지보수, 더 나아가 실제 공급사업자 역할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박병주 시노펙스 물비즈니스그룹 사장이 물 사업 목표지향점을 해외 민간수도사업자로 정했다. 물 분석 컨설팅에서부터, 분리막 생산, 설비구축, 운영까지 물 산업 관련 전반에 시노펙스의 방점을 찍겠다는 계획이다.

그 시작은 올해 본격화하는 엔지니어링 사업이다. 수처리 엔지니어링은 핵심 소재를 보유하고 있으면 전체 공사의 80% 이상을 수주할 수 있어 시노펙스에겐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공사 규모가 100억~500억원 사이를 오가는 것도 기회다. 대기업이 진출하기에는 규모가 작지만 그렇다고 중소기업이 뛰어들기에는 연구개발 기간이나 비용 면에서 위험성이 높아 시노펙스 규모에 딱 맞다.

박 사장은 “시노펙스는 수처리 설비 구축 모든 과정에서 핵심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며 “모든 소재와 부품, 기자재가 하나처럼 움직일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을 턴키로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막여과 방식의 수처리 시장이 초기인 만큼 우선 소규모 패키지 설비를 중심으로 기술력과 인증 등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조그마한 것이라도 다수의 수주실적을 쌓겠다는 전략이다. 중점 추진 분야는 단연 패키지형 정수 설비, 그 다음은 산업폐수 처리 및 재이용 분야다.

향후에는 플랜트급 대형 수처리 설비의 EPC 시장 진출을 구상하고 있다. 초기에는 경험을 쌓고자 대기업 1차 벤더 형S태로 사업에 참여하는 방법을 구사할 예정이다. 발전소 정수 처리와 해수 담수화 부문에서 플랜트 노하우가 쌓이면 5~10년 사이에 단독 수주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설비의 운영·유지보수 사업까지 추진해 수익 창출원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박 사장은 “수처리 시장을 핵심소재를 보유하고 있으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며 “엔지니어링 사업으로 시노펙스의 필터 고객을 늘리고 운영단계까지 사업을 확대해 수익구조를 탄탄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