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이달 시행된 전자정부 PMO 제도, 한계 많아

전자정부 PMO, 출발은 했지만

이달 6일부터 전자정부사업 관리 감독을 위탁하는 공공기관 대상 프로젝트관리(PMO) 제도가 도입됐다. 이 제도는 공공기관이 전자정부 사업의 기획·사업관리·사후관리를 외부 PMO 사업자에게 맡겨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개정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시행으로 공공 사업에 대기업 참여가 전면 제한됨에 따른 전자정부 사업의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에 도입된 제도로는 전자정부 사업의 품질 저하를 막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자정부 PMO 제도의 한계점을 짚어본다.

[이슈분석]이달 시행된 전자정부 PMO 제도, 한계 많아

정부는 전자정부 사업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전자정부법을 개정, 최근 국무회의를 거쳐 PMO 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PMO 제도 도입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공공기관이 PMO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예산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어떤 사업에 PMO 제도를 도입할지도 고민거리다. 그나마 공공기관에 PMO의 필요성을 알게 해준 것은 이번 제도 도입의 효과이다.

◇PMO 시행했지만 예산 없어

가장 큰 문제는 공공기관들이 PMO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자정부 사업 대상 PMO 제도 도입이 7월 시행됐지만, 대부분 공공기관은 2013년 전자정부 사업 예산에 PMO를 반영하지 못했다. 2013년 예산 수립 시 PMO 예산을 반영할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 PMO 사업을 별도로 분리, 발주하려면 현재로는 본사업 예산을 쪼개 사용해야 한다. 통상 PMO 사업 예산은 본사업 대비 5~10% 수준으로 책정하는데, 본 사업 예산도 부족해 PMO 예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올해는 어렵지만 2014년도 정보화 예산에는 PMO사업을 반영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4년도 전자정부 예산에도 PMO 사업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전망이다. 이미 상당수 공공기관들은 2014년도 정보화 예산을 수립, 기재부와 협의에 착수했다. 최근 PMO 도입을 위한 법적근거가 시행됐다 하더라도 PMO 예산을 추가하기는 쉽지 않다. 복지예산 확보로 정보화 예산 삭감이 논의 중인 가운데 SW유지관리 예산 증액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PMO 도입이 의무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예산 확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정보화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찬희 산림청 정보통계담당관은 “법적 의무화 근거가 없어 PMO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명확한 기준을 마련,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결국 본사업에서 일부를 떼어 내 PMO 사업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명확한 도입 대상 기준 없어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다. 전자정부법 시행령에는 PMO 도입 대상 사업을 △대국민 서비스 및 행정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사업 난이도가 높아 특별 관리가 필요한 사업 △행정기관 등의 장이 인정하는 경우로 규정했다. 관련 구체적 기준을 시행령에 명시했지만, 구분이 모호하다. 시행령에 명시된 기준에 따르면 전자정부 사업 대부분이 해당된다.

PMO 도입 대상을 전자정부 사업을 추진하는 기관 스스로 정하도록 한 것도 한계점이다. 해당 공공기관이 PMO 도입이 필요 없다면 도입을 안 해도 그만인 셈이다. 동일한 내용의 사업이라도 어느 기관은 PMO를 도입하고, 어느 기관은 PMO를 도입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를 제재하거나 조율할 근거가 없다.

10억원 미만의 소규모 사업에서도 불필요하게 PMO를 도입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50억원 규모의 중형 이상의 사업이라도 PMO를 도입하지 않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PMO 제도는 사업의 성격과 내용에 따라 도입이 이뤄지지만, 대부분 PMO를 도입할 정도의 사업은 규모가 크다. 공공기관 한 최고정보책임자(CIO)는 “PMO 도입 대상 기준을 20억원 이상의 프로젝트로 한정해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발주기관 입장에서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처음부터 일정 금액 이상 사업에 대해 PMO 도입을 의무화하면, 규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PMO 도입 인식 제고는 효과

이달 시행된 전자정부 사업 PMO 도입 제도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보완해야 할 사항이 많지만, 공공기관에게 PMO 도입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공공기관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정보화 사업 외에 PMO를 도입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

최근 6개월간 조달청 나라장터에 발주된 공공 PMO 사업은 △전자정부지원사업 통합 PMO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 전면개편 2단계 PMO △국방부 국방통합정보관리소 구축 PMO 2단계 △신용보증재단중앙회 차세대통합정보시스템 구축 PMO △관세청 4세대 국가관세종합정보망 1단계 구축 PMO 등 5건에 불과하다. 이 중 전자정부지원사업과 100억원 규모의 신용보증재단 차세대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체 사업 규모가 1000억원을 넘는다. 국세청과 관세청 차세대는 각각 2600억원과 2300억원 규모다.

초대형 프로젝트 외 전자정부 사업에서 PMO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이유는 그동안 시스템통합(SI) 사업을 수행하는 업체가 PMO 역할도 수행했기 때문이다. SI 사업은 주로 대형 IT서비스기업이 맡아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대형 IT서비스기업 참여가 어렵게 되고 법적 근거가 마련돼 별도 PMO 도입을 검토하는 기관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PMO 도입 본격화로 사업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산확보를 위한 의무화 추진 △명확한 기준 수립 △공공기관의 PMO 인식제고 등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