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예산 잡아먹는 '용량요금' 개선 갈길 멀다

발전소의 발전 대기비용인 용량요금이 올해도 전력예산을 잡아먹고 있다.

전력당국은 제도개선 작업에 나선 상황이지만 유독 심한 전력난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용량요금 기준 발전기 재산정과 발전소 효율별 용량요금 차등 적용 등이 검토 중이지만 당장 전력예비율이 낮아 운용의 묘를 살리기 힘든 상황이다.

9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전력 부족으로 모든 발전소가 거래시장 입찰에 나오면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계통 기여도가 낮은 저효율 발전소에 용량요금 지급이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량요금은 발전사업자에 지원하는 일종의 발전 대기비용으로 거래시장에 입찰한 발전소는 설비 규모에 따른 비용을 받는다. 가동하는 발전소는 물론이고 급전지시 대기만 하고 발전하지 않는 발전소도 받는다.

지난해 여름 일부 사업자는 실제 발전소 가동일에 받은 용량요금보다 미가동일에 받은 용량요금이 더 많아 논란이 됐다. 업계는 올해 역시 미발전 용량요금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5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력당국의 의지와는 달리 발전소를 가동하지 않아도 수익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전력난도 계속되면서 발전 업계는 용량요금 개편 작업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용량요금이 당장 발전소 운전수익이 없는 사업자의 계속영업을 보장해 예비력 유지 역할을 하는 만큼 전력난이 심각한 지금 상황에서 용량요금 제도를 손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실제로 전력당국은 3월 용량요금 제도개선 용역을 실시하면서 전제 조건으로 충분한 전력예비율을 확보한 상황을 가정했다. 용량요금만으로 발전소를 유지하던 악습을 없애고자 가동 일수와 전력수급 기여도에 따라 용량정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법을 구상했지만 현재로서는 공급력 확보를 위해 저효율 발전소라도 계속 끌어안고 가는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가동 발전소의 용량요금 지출은 겨울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전력당국은 용량요금 제도개선 작업이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2월께 마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형평성 있게 계통 기여도에 따라 용량요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지만 지금과 같은 전력상황에선 지급 방법에 대한 운용의 묘보다 모든 발전소를 유지시키는 게 급하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