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차로 100여㎞를 달려 강원도 원주시 동화산업단지에 위치한 송암시스콤 문막공장에 도착했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도 40여명의 직원들은 한국전력공사와 지방자치단체에 공급할 전력기기 출고를 앞두고 마무리 품질관리 작업에 한창이었다.

1991년 창업한 송암시스콤(대표 이해규)은 전력기기에 ICT를 접목한 네트워크통합, 원격제어·전송 기술을 보유한 국내 대표 전력 IT기업이다. 지난 25년간 전력신호전송장비, 광모뎀 등 40여개의 전력기기를 개발했다. 창업초기에는 외산일색이었던 디지털계통보호전송장치와 계통운영시스템(EMS)용 원격단말장치(RTU) 등의 전력기기를 국산화시켰다. 이후 전국 700여개의 변전소에 관련 전력기기를 공급하며 국가전력망 계통 안정화에 일익을 담당했다.
1만1427㎡의 부지에 연면적 3790㎡ 4층 규모로 문막공장은 준공한 지 3년이 채 안됐지만 송암시스콤의 25년의 오랜 업력이 가지는 강점을 이해하는데 충분했다. 이곳에는 지금까지 송암시스콤이 개발해 시장에 공급했던 오래된 제품부터 향후 전력산업에 적용될 각종 전력IT 장비 등의 신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전력 통신 분야 25년의 역사는 `신뢰성` 강점으로
송암시스콤은 국내 전력 통신 분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업체 중 하나다. 아날로그 시대의 중전기기를 ICT와 결합시켜 국내 전력IT 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주력 품목인 디지털계통보호전송장치 이외에 송변전원방감시제어시스템(SCADA), 지능형교통시스템(ITS) 등에 필요한 각종 통신제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문막공장에는 25년 전부터 송암시스콤이 개발해온 각종 설비의 설계도면, 금형 등이 잘 보관돼 있었다. 공장 1층 창고에는 1970년부터 업계에서 사용해온 1만개가 넘는 부품이 쌓여있었다. 고객의 안정적인 설비운영을 위해 필요에 따라 단종된 제품일지라도 재생산과 유지보수를 하기 위해서다. 이는 곧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는 위한 이 회사만의 강점인 것이다. 전력분야 이외에 교통, 철도, 국방에 이르기 까지 송암시스콤의 제품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이유다.
철저한 생산관리로 송암시스콤은 2010년 싱글PPM의 품질경영 체제를 갖췄다. 전력분야 기업으로는 보기 드문 일이다. 싱글PPM은 단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 100만개 중 불량품 개수를 한 자리 숫자로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불량률 제로를 실현하기 위한 엄격한 생산체계다. 송암시스콤은 싱글PPM을 통해 배전자동화용 광모뎀장치 공정 불량률을 대폭 감소시켰고 생산성 향상에도 600% 향상성과를 얻었다.
이해규 송암시스콤 회장은 “25년 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는 아무도 살 수 없다”며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여러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기업의 신뢰도를 높여줬고 곧 수익창출로 이어지면서 끊임없는 신기술 개발에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장 도전과 끊임없는 기술 개발
송암시스콤은 전력IT 분야의 신기술과 신제품에 올인하고 있다. 전력IT 기술이 전무했던 시절 외산장비를 국산화하면서 국내 전력산업의 기술수준을 높이고 외화낭비를 줄이는데 일조했다. 특히 EMS용 RTU와 디지털계통보호전송장치(PITR) 등은 GE, 도시바, ABB 등 외산일색이어서 장비 가격이 고가인데다, 유지보수가 어려워 국산화가 더욱 절실했던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송암시스콤이 국산화 시킨 장비는 RTU와 PITR를 포함해 10여종에 이른다.
송암시스콤이 국산화시킨 장비는 10-8(10의 -8승) 수준의 높은 신뢰도의 통신제어 기술을 보유했고 전력설비 등에 사고 발생 시 능동적인 대처 능력이 가능해 전력계통 신뢰도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국산화 이외에도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기념비를 세우고 있다. 송암시스콤은 국내 최초로 전력분야에 RFID 기술을 접목한 전력량계 관리 시스템을 포함해 배전선로 고장구간 표시기, 정전자동통보장치, 디지털음성녹음장치 등을 개발했다. 특히 RFID기반의 전력량계 관리 시스템은 단순한 검침을 통한 자산관리 외에 설치와 철거 정기점검, 등 운영 전반의 과정에서 RFID를 이용한 효율적인 관리기술로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25년간 개발한 40여종의 제품은 후발업체의 시장 참여로 대부분 희소가치를 잃었지만 송암시스콤은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과 신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송 회장은 “전력산업에 ICT를 접목한 첨단 전력IT기업을 목표로 창업한 이후 지금까지 40여종의 제품 개발하면서 국산화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왔다”며 “우리가 만든 시장이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바뀔지라도 신기술, 제품 개발에 지속적으로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블루오션 창출은 계속된다.
송암시스콤은 스마트그리드 시대에 걸맞게 국제 표준(IEC61850)기반의 디지털변전소 솔루션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회사의 장점인 통신 제어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변전소 내 이더넷 스위치, 각종 지능형 계전기(IED), 머징유닛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더넷 스위치는 디지털변전소 내 각종 IED의 통신을 중계하는데 활용된다. 이는 프로토콜(IEC 62439-3)인 HSR(High-availability Seamless Redundancy)기반의 패킷의 `손상이 없는(lossless)`기술과 IEEE1588 시각 동기화 기술이 핵심이다. IP통신의 특성상 패킷이 누락되는 경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며 제어 등에 필요한 양방향 통신 환경에는 완성도 높은 HSR 기술이 요구된다.
이 같은 기술 보유로 송암시스콤은 최근 디지털변전소용 센서통합장비를 개발했다. 이 장비는 변전소 간 계통과 수용가로 연결되는 계통의 전력 흐름 이상 유무를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스마트그리드 제어 기술이다. 지금까지는 변전소의 전압·전류·유효전력·온도 등의 요소별 상태를 파악을 위해 구리로 된 실선을 전류변환기와 전압변환기 등을 이용해 보호계전기에 일일이 연결해 개별 점검했다. 하지만 이 장비를 사용하면 각종 센서가 장착된 여러 실선을 사용하지 않고도 디지털 방식으로 통합 점검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디지털 변전소 자동화 시스템의 운영 핵심장비인 `머징유닛(Merging Unit)`을 개발했다. 이 장비는 변전소의 PT와 CT를 통해 전압 전류 값을 계측하고 국제 표준(IEC 61850-9-2)의 SV(Sampled value)로 변환해 IED에 계측 데이터 정보를 제공한다.
[인터뷰]전력산업 위기탈출 한전과 업계가 같이 고민할 때
25년 동안 전력IT 산업에 전념해온 이해규 송암시스콤 회장은 지금 국내 전력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협력기업제도`와 `중전기 수출종합상사`설립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기술 중심의 경쟁력있는 기업들로 합리적인 시장경쟁체제를 유도하면서 업계가 힘을 모아 해외시장 진출에 집중하자는 이유에서다.
특히 화학, 자동차, 반도체 심지어 화장품 산업도 외화벌이에 크게 일조하는데 반해 전력 산업은 매년 제자리 수준인데다, 정작 독점 수요처인 한국전력의 산업 육성의지가 소홀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 회장은 “충분한 평가를 통해 협력업체를 선정해 기간, 품질, 가격 등을 정해놓고 협력업체에게 물량을 수의로 보장해 주는 협력기업제도가 필요하다”며 “물량확보로 해당 업체는 재무 등의 기반이 다져진 만큼 기술개발과 품질향상 등 경쟁력 확보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국내 전력기기 시장은 대부분 소량의 입찰 방식으로 낙찰된다 하더라도 차기 사업을 확신할 수 없어 기술 투자나 인력 양성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입찰시장에만 집중한 나머지 `제살깍아 먹기 식`의 과다 출혈 경쟁을 해왔다.
이에 전력기기 품목별 전문업체를 선정해 장기적인 기술 경쟁력 강화시키면서 관련 산업을 한전과 협업을 통해 키우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협력기업 선정에 있어 공정성이 우려되지만,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을 보면 중소업체가 이들과 거래하면서 오히려 경쟁력이 강화돼 해외 시장에 진출한 사례가 많다”며 “기술, 재무, 실적 등에 공정한 평가 관리를 통해 단순한 협력사 수준이 아닌 사업 파트너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전 주도로 발전 자회사, 중소기업, 대기업 등이 공동출자하는 수출 종합상사를 설립해 해외 시장 개척에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국내엔 ABB나 지멘스 같은 토털 중전기기 회사가 없기 때문에 요구가 까다로운 해외 입찰 참여에 한계가 있다”며 “한전의 국제적 신뢰도와 국내 중전기술을 종합상사를 세운다면 같은 목적으로 다양한 해외 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진출은 각국의 전력계통과 연계돼 있어 표준화나 규격화가 필수인 만큼 국제표준 제정 활동 등에도 한전과 힘을 합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