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력산업의 현실은?

국가 전력망과 건설·철강·반도체 등 산업 전반에 전기 공급을 책임지는 전력산업이 위기에 처했다. 판매 시장이 한국전력공사뿐인 가운데 경영난 등의 이유로 한전이 전력분야 구매 예산을 2009년 2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6000억원으로 40%가량 줄였다. 시장 수요는 해마다 감소하는데다 건설 경기마저 위축돼 내수 시장은 더욱 축소되고 있다. 그렇다고 산업 특성상 해외 진출도 쉽지 않아 업계의 불안감은 날로 고조되고 있다.

전기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중전기기 시장의 외국 기업 7곳이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했다. LS전선·현대중공업·효성·LS산전 등의 매출 전부를 합쳐도 시장 점유율은 12%에 불과하다. 반면 ABB(17.2%)·슈나이더(13.6%) 등의 글로벌 기업은 매년 3~4% 꾸준한 성장세다. 2012년 국내 중전기기 산업은 수출 138억달러, 수입은 130억달러로 무역적자는 간신히 면했지만 중국 등 FTA 협상 타결과 공공기관 정부 조달협정(GPA) 개방으로 중국 등의 외산업체와도 경쟁해야할 판이다.

업계는 전력산업 위기를 전기요금이 국가의 물가정책에 이용되면서 합리적인 경쟁의 시장체제가 형성되지 못한 점을 주원인으로 꼽았다.

백수현 동국대 교수는 “중전기기 업계가 한전 사업에만 목을 매다 보니 가격 낮추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옛 기술로 수십년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수두룩하다”며 “전기요금 현실화 등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로운 기술에 도전해 해외 시장에 공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전기요금 현실화를 제한해 왔다. 반면 전력 생산 원가는 매년 증가되면서 한전 누적 적자는 55조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같은 결과는 한전의 설비 투자와 R&D 등의 지출을 줄이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력시장에서 한전은 사실상 수요 독점 시장이다. 이 분야는 다른 산업과 달리 다품종 소량 주문생산 위주의 생산구조로 소규모인 다수의 업체가 제한된 시장 내에서 저가 입찰로 경쟁하며 연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외 진출도 쉽지 않다. 다른 산업과 달리 다품종 소량 주문생산 위주의 생산구조로 중량·부피까지 달라 해외 각국의 표준·규격에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기산업진흥회 관계자는 “미래를 위한 기술 개발 투자 예산은 줄이고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품목에 한전은 최저가로 구매하는데만 집중할 수 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700여개 전력분야 기업들은 과당경쟁으로 적정이윤이 무시한 채 수익구조는 악화돼 결국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