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모바일게임 4강 구도…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모바일게임 패권의 향방은

지난 2000년대 초 국내 피처폰용 게임 시장의 대표주자는 단연 게임빌과 컴투스였다. 지오인터랙티브, 엔텔리젼트 등 유수 개발사들이 많았지만 일찌감치 휴대폰 게임 개발을 시작해 시장을 형성하고 문턱 높은 해외 이동통신사까지 공략해 수출길을 만든 컴투스, 게임빌의 노력은 한국 대표 모바일 게임업체라는 칭호를 얻기 충분했다. PC온라인게임의 폭발적 성장 속에도 자기 색깔을 버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독자 영역을 개척한 것이 지금 이룬 성공의 원동력이다.

[이슈분석]모바일게임 4강 구도…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이슈분석]모바일게임 4강 구도…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휴대폰용 게임 시장의 변화는 지난 2008년 애플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시작했다. 스마트폰 인구가 빠르게 증가했고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애플 대항마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을 공격적으로 출시하면서 휴대폰 게임의 중심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휴대폰 게임 서비스가 이통사 중심의 영업에서 개방형 마켓으로 이동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개발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과거 게임빌·컴투스의 양강 체제였다면 지금은 CJ E&M 넷마블과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더해진 4강 체제를 형성했다. 중소 개발사들의 히트작도 상당해 `고정적 1위`가 없는 과도기다.

◇카카오톡 열기, 겜심(心)에 불지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피처폰에서 유료로 이용하던 다양한 서비스가 무료로 등장했다. 마음에 드는 벨소리를 유료로 구매할 필요없이 내가 곡을 선정하고 원하는 부분만 선정해 벨소리로 사용할 수 있는 `링드로이드`, 예쁜 스마트폰 바탕화면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배경화면 앱, 다양한 필터를 제공하는 카메라 앱 등이 큰 인기를 얻었다. 사진을 찍으면 가장 닮은 연예인을 찾아주는 `푸딩` 앱도 공짜로 누릴 수 있는 큰 즐거움이었다.

유료로 사용하는 문자메시지(SMS) 대신 무료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등장은 `카톡하자`는 고유 동사가 생길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3G망으로 문자메시지는 물론 사진과 무료 음성통화까지 가능해지면서 휴대폰용 콘텐츠를 유료로 구매하던 시대는 빠르게 잊혀졌다.

카카오톡은 게임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킨 촉매제가 됐다. `게임하기` 서비스를 신설하고 처음 선보인 게임들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특히 남녀노소 쉽게 즐길 수 있는 `애니팡`은 50대 어머니와 10대 아들이, 사원과 고위 임원진이 애니팡 `하트`를 주고받는 문화를 형성한 주역이다. 새벽에도 날아오는 하트 메시지 때문에 밤새 잠을 설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애니팡에 이어 국민 게임으로 등극한 `드래곤 플라이트`는 소규모 개발사가 거둔 소위 `대박 성공`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카카오 게임 서비스 1년만에 바뀐 성공 방정식

카카오 `게임하기` 서비스를 진행한 지난 1년동안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는 광풍이 몰아쳤다. 과거 애플 앱스토어에 게임을 등록해 별도 마케팅이나 광고 없이 입소문으로 인기를 끌었던 성공사례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000만 다운로드` 게임의 탄생이다. 과거 피처폰 시절에는 10만 다운로드만 되더라도 그야말로 `레전드`급으로 여겨졌다. 모바일 게임 인구가 늘어나고 클릭당과금(CPI) 광고가 일반화되면서 100만·500만 다운로드 사례도 다수 생겨났다.

지난 1년간 1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해 `국민 게임`으로 등극한 카카오톡용 모바일 게임은 총 8종이다. `애니팡`과 `드래곤플라이트`는 주부를 비롯한 중장년층을 게임 시장으로 끌어들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아이러브커피`는 본격적인 소셜네트워크게임(SNG) 장르를 확대하는 동시에 여성 사용자 층을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 유입한 대표 게임이 됐다. `모두의게임`은 애니팡에 이어 쉽고 간단히 즐기는 캐주얼 모바일 게임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카카오 게임하기 서비스 초반에는 중소 개발사의 작품들이 반향을 일으켰다면 이후에는 절치부심한 온라인게임 대기업들이 성공사례를 썼다. CJ E&M 넷마블이 `다함께 차차차`로 인기몰이를 했고 PC온라인 게임을 모바일로 구현한 `모두의마블`이 최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윈드러너`로 국내 시장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중국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은 윈드러너 이후 출시됐지만 함께 인기 고공행진을 거두면서 장수 인기게임으로 안착했다.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인기를 가늠하는 기준은 다운로드 수에서 매출로 이동했다. 대중에 게임을 노출시키기 위해 개발사 규모에 관계없이 클릭당과금(CPI) 광고를 채택하는 사례가 일반화됐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CPI 광고사들의 경쟁도 심화하면서 단순 다운로드 광고를 넘어 유효 사용자의 패턴을 분석하고 오랫동안 게임을 하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카카오 게임하기 서비스의 폭발력이 초기보다 시들해진 것도 눈에 띈다. 전체 서비스 게임이 100개가 넘어가면서 애니팡이나 드래곤플라이트 초기 론칭 당시 받았던 관심이 자연스럽게 분산됐기 때문이다. `카카오 입성=대박`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면서 각 개발사와 퍼블리셔들은 별도의 마케팅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새로운 고민을 안게 됐다.

한다윗 바닐라브리즈 대표는 “과거에는 게임성 하나에 승부를 걸어 모바일 마켓에서 입소문으로 성공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며 “중소 개발사도 시장에서 영향력 있고 상생할 수 있는 유능한 퍼블리셔를 적극적으로 찾을 필요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표. 1000만 다운로드 기록한 모바일 게임

자료:업계 종합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