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석 심플렉스인터넷 대표는 연일 지속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자신만의 `사색` 시간을 자주 갖는다. 다양한 생각들로 포화 상태에 이른 머릿속을 깨끗이 비워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채우는 시간이다.
대부분의 경영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여행·골프·등산 등 레저 활동을 즐기는 것과 다르게 그에게는 특별한 취미가 없다. 굳이 한 가지를 꼽으라면 `생각하기`가 그의 취미다. 수많은 정보를 모아 분석하고, 경영 전략을 짜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업무를 매일 반복하는 만큼 스스로에게 `영감`을 부여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급변하는 인터넷 비즈니스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순발력이 필요하다”며 “기업의 경쟁력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혁신`은 사색의 순간에서 탄생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일본 현대 만화의 거장 요코야마 미쓰테루(橫山光輝)가 지은 `바벨 2세`는 이 대표가 한국어 번역본 전권을 구매해 소장할 정도로 아끼는 만화책이다. 바벨 2세의 줄거리를 구성하는 `초능력`이라는 소재에서 폭넓은 상상의 기회를 맛볼 수 있어서다. 그가 발매된 지 무려 40년이 지난 고전 만화를 손에서 놓지 않는 이유다.
외계인에게 초능력을 전수받은 지구인 소년 `바벨 2세`가 지구를 노리는 또 다른 초능력자와 싸운다는 내용으로 구성된 이 만화는 지난 1971년부터 2년간 일본의 한 만화잡지에 연재됐다. 한국어 정식 번역본은 지난 2007년 첫 발매됐다. 이 대표는 “초능력자들의 싸움을 처음 만화 소재로 사용해 일본 만화계에서 주목 받았던 작품”이라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미래 지향적인 요소에 매력을 느껴 작품을 소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바벨 2세는 줄거리가 진행될수록 초능력 증폭기, 외계 바이러스 등 1970년대 당시에는 상상 조차 어려웠던 과학적인 소재들이 잇따라 등장한다. 그는 “바벨 2세가 기술 융합이나 비현실을 현실화해야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 현 세대에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지난 1999년 창업 1세대로 벤처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14년 동안 끊임없이 혁신을 실천하며 회사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습관 덕분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내일로 나가기 위해 스스로 터득한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깊은 사색으로 새로움을 얻는 것이 곧 재충전이라는 것이 이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현대인들은 일상에 너무 매달린 나머지 순수한 사색의 순간을 갖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때로는 창의와 혁신이 생각지도 못한 장소나 순간에 툭 튀어 나오는 만큼 가끔은 현실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세상을 즐겨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