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이슈]슈퍼섬유

도심형 순수 전기차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BMW i3. 내년 국내에서도 출시될 이 차는 한 번의 충전으로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며 무탄소 배출을 목표로 설계됐다. 이 차가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넓은 공간과 주행 성능이다. 최고출력 170마력과 최대토크 25.5㎏·m 힘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는 8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성능과 넓은 공간을 가능하게 한 데에는 슈퍼 섬유인 탄소 섬유가 큰 역할을 했다.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 등의 신소재를 사용해 가볍고 튼튼하다. 시트 등도 아주 얇게 설계할 수 있어 실내 공간도 넓힐 수 있었다.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이른바 `슈퍼섬유`가 산업 곳곳에서 부각되고 있다. 섬유는 화학·세라믹·금속과 함께 4대 소재 중 하나다. 슈퍼섬유란 일반 범용섬유 대비 고강도 및 고탄성, 내화학성, 생분해성 등 뛰어난 물성을 지닌 소재를 말한다. 아라미드 섬유 및 초고분자 PE를 포함하는 산업용 섬유 소재가 슈퍼섬유다.

◇어떻게 쓰일까

BMW i3에 사용된 탄소섬유는 대표 슈퍼섬유다. 그라파이트 섬유로도 불리며 탄소가 주성분이다. 굵기가 0.005~0.01㎜에 불과하다. 탄소섬유에는 탄소 원자가 섬유 길이 방향을 따라 육각 고리 결정의 형태로 붙어 있는데, 분자 배열로 인해 튼튼한 특성을 지닌다. 탄소섬유는 다양한 패턴으로 직조되고 플라스틱 등과 함께 사용되어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 등도 만들 수 있다. 탄소섬유의 무게는 철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철의 10배, 탄성률은 철의 7배에 달한다.

가볍고 튼튼한 특성 때문에 자동차·항공우주·군사 등의 소재로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애플이 탄소섬유를 활용한 금형 디자인 관련 특허를 취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바일 기기까지 탄소 섬유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분야는 자동차〃풍력날개〃토목건축〃압력용기 등의 산업용과 보잉 787〃에어버스380 등의 항공용, 골프채〃낚싯대〃라켓〃자전거 프레임 등의 스포츠〃레저용 등이다. 현재 연간 5만톤(20억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11% 이상 급성장해 오는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5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슈퍼 섬유로는 `아라미드 섬유`가 있다. 아라미드 섬유는 폴리에스터나 나일론과 같은 일반적인 섬유소재에 비해 4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우수한 내열성을 지니고 있다. 방화복, 고온집진용 백필터, 각종 전기절연재 및 내열성 부품소재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다. 산업용 필터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국내 필터 업체들은 메타 아라미드 섬유로 여과 효율 및 내구성이 향상된 고성능 여과 모듈을 개발한 바 있다. 크루즈 요트급 세일링 클로스나 이중교직물로 열안정성 및 강도를 높인 산업용 벨트, 건축물의 지지대에 발생하는 수직수평하중에 대응하는 보강판 등도 아라미드 섬유가 사용되는 주요 분야다.

초고강도 `PE(Polyethylene) 섬유`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섬유 역시 가벼우면서도 폴리에스터 및 나일론 섬유 대비 내절단성이 우수하다. 해양용 로프, 양식어망 등에 주로 활용된다. 동양제강은 스틸와이어보다 인장강도가 15배 이상 뛰어나면서 내마모성이 뛰어난 해양용 로프를 고강도 PE 섬유를 이용해 개발했다.

◇국내 기업은

국내 소재 기업의 행보도 활발하다. 해외에서 슈퍼섬유를 들여와 이를 적용하는 데 그쳤다면, 최근 들어서는 직접 슈퍼섬유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뛰어들었다. 각종 기기에서 슈퍼섬유 수요가 늘면서 생산능력을 늘리고 해외 업체와도 손을 잡고 있다.

탄소섬유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태광산업이다. 지난해 최초로 상업생산을 시작했으며, 이 후 도레이첨단소재가 구미에 탄소섬유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효성도 지난 5월 전북 전주 친환경 첨단복합단지(18만 2253㎡)에 연산 2000톤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준공하고, 자체기술로 개발한 고성능 탄소섬유 양산에 본격 나섰다.

삼성석유화학도 탄소섬유 사업에 나섰다. 진출 시기가 다른 경쟁사보다 늦어지면서 직접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유럽 회사와 손을 잡았다. 유럽에서 이 분야 최고 기업인 독일 SGL그룹과 손을 잡고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했다. 독일 SGL 그룹 제품을 한국에 들여와 삼성 그룹의 제품부터 적용하기 시작할 계획이다. 합작사인 `삼성 SGL 탄소소재`는 삼성석유화학과 SGL이 각각 50%씩 지분을 투자해 운영된다.

웅진케미칼은 올 초 메타계 아라미드 섬유 제품인 `아라윈` 메인생산 출하를 시작했다. 웅진케미칼은 기존 450톤 규모의 아라미드 섬유 생산설비를 시작으로, 지난 2012년 11월에는 3000톤으로 제품양산을 늘렸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유르겐 쾰러 독일 SGL그룹 탄소섬유&복합재 사업부 사장은 “경량화 소재에 대한 산업적 요구가 커지면서 탄소섬유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현재 전 세계 탄소섬유 시장 소비량은 연간 4만7000톤으로 추산되는데 오는 2020년에는 탄소 섬유 수요가 10만~15만톤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