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와 콩고 인근지역에서 생산되는 주석과 탄탈룸, 텅스텐, 금 등은 `분쟁광물`로 지정돼 있다. 분쟁지역인 이곳에서 생산된 광물의 판매자금이 반군으로 유입되고, 분쟁광물 채취 과정에서 인권유린과 아동노동력 착취, 성폭행 등 사회적 문제가 커지자 국제사회는 이 지역 광물의 생산과 불법적 유통에 제한을 걸기 위해 `분쟁광물`로 지정한 것이다.
분쟁광물 제한은 사회적책임(CSR)과 국제사회 건전화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이것이 전자제품과 부품을 제조, 유통하는 기업들에는 부담이 된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자칫 새로운 무역장벽처럼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자·IT 중심의 우리 산업은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난 2010년 제정된 분쟁광물규제 법안은 지난해 8월 최종 의결됐다. 미 상장기업은 콩고와 인근 국가에서 생산된 분쟁광물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지 여부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분쟁광물 이용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대상은 미국 내 증권시장 상장기업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제품은 물론이고 제품에 쓰이는 2, 3차 협력사의 광물 이력까지 모두 보고해야 한다. 이미 미국 내 주요 제조사와 바이어들은 국내 거래업체에 분쟁광물 사용 여부와 주요 소재의 이력 등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미국에 수출을 하는 국내 전자산업체는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규제는 휴대폰과 가전, 자동차부품 등 수많은 사업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분쟁광물 사용 제품은 미국 수출에 직접적 타격을 받는다.
시민단체에서는 이들을 불매대상 제품으로 선정할 가능성이 높고, 기업이미지 추락, 추가 규제 부여 등의 후속조치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에 따르면 분쟁광물 규제는 미국을 넘어 유럽연합(EU)과 호주, 캐나다 등에서도 규제의 법제화가 진행되고 있다. 직접 규제는 아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분쟁광물에 대응하지 않은 기업군에 대해서는 거래중단을 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밝히는 등 분쟁광물 규제 강도는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분쟁광물 가운데 가장 대응이 시급한 광물은 `탄탈룸`이다. 탄탈룸은 주요 전자제품의 충전기, 항공우주 부품엔진에 사용된다. 특히 휴대폰 필수소재다. 업계는 전체 탄탈룸의 최대 80%가 콩고 인근에서 얻어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분쟁지역 소재 이용을 회피하기가 가장 어려운 광물로 꼽힌다. 주석은 전자, 자동차 업계에서 파이프 및 회로연결 납땜, 합금석 등에 두루 쓰인다. 이 밖에 텅스텐은 금속선, 전기접점에 주로 사용되고, 금은 보석이면서 전자·항공우주 산업에 두루 사용되는 광물이다.
우리 기업들이 콩고발 분쟁광물 규제로 안게 되는 부담은 크게 두 가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제조사들은 우선 분쟁지역 외부에서 생산된 광물을 확보해야 한다. 공급망관리(SCM)가 아주 중요해졌다. 분쟁지역 광물이 포함된 부품이나 소재를 회피한 가운데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히다.
전반적 관리부담 증가에도 대비해야 한다. 우선 협력사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광물-부품-모듈-제품`으로 이어진 전자제품 전 주기에 대한 관리 비용 증가는 불가피해 보인다.
공급망이 복잡한 경우 분쟁광물 원산지 조사와 증빙이 어렵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KEA에 따르면 관련 대응을 위한 대기업 기준 초기대응 비용은 약 30억달러 수준이다. 이후 매년 2억~6억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외부기관의 공급망에 대한 실사, 제조시설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기업 기밀이 유출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KEA 관계자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공급망 관리와 실사 인력 부족, 투명성 정책수립 미흡 등 대응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사실상 수출규제로 작용하는 분쟁광물 규제 불이행 시 바이어로부터 피해보상을 요구받거나 거래 불가 위협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규제는 우리나라 기업만 받는 것은 아니다. 주요 경쟁 상대인 글로벌 대기업들, 중국·일본업체들도 동일한 의무를 가진다. 방어적으로 나서기보다 선제적 대응을 잘 한다면 오히려 우리기업들이 `비교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