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2.0]`착한` 스타트업, 소셜벤처

#.골든 글로브 등 유명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는 유명 할리우드 배우이자 패션 피플로 잘 알려진 제시카 알바는 지난해 1월 `어니스트 컴퍼니(Honest company)`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기저귀와 로션, 샴푸 등 친환경 무독성 원료로만 생산한 유아용품을 파는 회사다.

[스타트업 2.0]`착한` 스타트업, 소셜벤처

제시카 알바는 임신 중일 때 유아용품에 본인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자 태어나게 될 아이에게는 더 위험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간 친환경 제품이 포장에만 그친 사례가 많아 실질적으로 유아가 사용하는 제품에 천식, 비만, 소아암 등의 원인이 되는 화학물질을 배제한 제품을 내놓기로 결심했다.

제작과 판매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친환경 무독성 원료 개발에 투자를 해 누구나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유아용품을 만든다. 창업 1년여 만에 어니스트 컴퍼니는 환경 친화적이고 건강에도 이로운 생각을 하는 기업을 위한 제도인 `비 코퍼레이션` 인증을 받았다. 현재 불우한 환경에 있는 영유아를 보호하는 기관에 기부하면서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명성도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2700만달러라는 투자금액을 유치하면서 한 번 더 화제가 됐다.

굳이 해외의 사례를 언급하지 않아도 한국에서도 `착한` 스타트업을 일컫는 소셜벤처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 법령이 만들어진 지 올해 만 5년째로 소셜벤처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벤처는 `혁신을 통해 사회적 문제해결을 추구하는 벤처기업`을 의미한다. 크게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자리 제공형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서비스 제공형 △일자리 제공형과 사회서비스 제공형을 합친 혼합형 △사회적 목적 실현여부를 고용비율과 사회서비스 제공비율 등으로 판단하기 곤란한 사회적 기업인 기타형 △지역사회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지역사회공헌형 등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은 혼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목적과 운영 원리는 유사하지만, 정부 인증을 받아야 하는 사회적기업에 비해 소셜벤처는 사회적기업 인증제도에 의한 설립 기준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도전적이며 창의적으로 사업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에서 예비 사회적기업가 발굴 지원 및 각종 경연대회를 개최해 소셜벤처 창업을 장려하고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2013 소셜벤처 경연대회`가 열리고 있는데, 올해는 특히 시니어 부문과 글로벌 부문이 새로 신설돼 새로운 흐름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에는 공부의 신, 2010년에는 딜라이트, 2011년에는 설리반의 목소리 등이 대상에 선정되어 실질 지원을 받았다.

소셜벤처 성장세도 가파르다. 시지온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190% 증가했다. 해외 진출과 신규서비스 출시 등을 위해 인력을 두 배가량 충원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사용자 800만명, 월평균 페이지뷰(PV) 20억건을 기록하며 선두 기업으로 도약했다. 주요 언론사와 기업, 공공기관 등 현재 라이브리를 사용 중인 곳만 450개에 이른다. 딜라이트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0%, 영업이익률은 10%를 넘겼다. 스타트업을 넘어 체계를 갖춘 기업으로 거듭난 셈이다.

정책 지원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산업자원통상부는 지난 4월 소셜벤처간담회에서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내 지식산업센터에 소셜벤처기업을 위한 미니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소셜벤처와 일반 중소기업의 동일 지원제로 인해 소셜벤처 창업 후 성장에 애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산업부 측은 “기존 기업 지원제에서 내부 규정을 약간만 바꿔도 소셜벤처가 지속 성장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며 “관련 정책을 꼼꼼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소셜벤처 해외지원과 이미 진출 기업의 공동 사회적책임(CSR) 활동 연계도 지원해나가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움직임도 발빠르다. 소셜벤처 등 사회서비스업을 관광·콘텐츠·정보통신기술(ICT)처럼 `산업특수분류`로 지정하고 중소기업투자세액공제·창업중소기업세액감면·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등 각종 세제지원을 해준다. 소셜벤처 육성을 위한 휴면예금 및 사회공헌자금 등을 활용한 `사회투자펀도`도 조성한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