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라이제이션` 투자 부족이 IT 수출에 걸림돌

#유럽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 A사는 최근 독일 기업과 어렵게 접촉했다. 독일 기업은 제품에 만족했지만 기술 매뉴얼 번역에 오류가 많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독일어에 능통한 직원을 투입해 개선에 나섰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다시”였다. 여러 번 퇴짜를 맞은 A사는 결국 전문 언어서비스 업체에 의뢰해 수출에 겨우 성공할 수 있었다.

국내 정보기술(IT)업체의 부족한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역량이 수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수출 대상 국가의 시스템·언어·문화에 맞게 제품을 현지화하는 업무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형 가전·게임 업체를 제외한 국내 IT기업은 대부분 로컬라이제이션 관련 조직을 운영하지 않는다. 외국어가 가능한 내부 직원을 이용하거나 소규모 번역업체와 협력하는 상황이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 따르면 국내 SW 수출기업 인력의 54%는 개발 담당인 반면에 현지화 전담인력은 4%에 불과하다. 관련 부서를 조직해 전문 언어서비스 업체와 함께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사업에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과 대조된다.

부족한 로컬라이제이션 역량은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번역 오류와 시스템 호환 문제가 품질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지화 번역과 처리, 문화·사회적 대응 부문에서 오류가 많이 발생하며 데이터 로딩 오류, 프로그램 비정상 종료, 응답시간 지연 등의 품질결함 등도 빈번한 것으로 지적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IT제품에 대한 품질 요구수준이 높아 많은 기업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기업은 로컬라이제이션에 대한 인식 부족, 비용 부담 때문에 관련 투자를 꺼리고 있다. 전문 언어서비스 업체와 협력하려고 해도 마땅한 국내 기업도 없는 상황이다. 국내 시장은 미국 라이온브리지와 영국 SDL이 선점했다. 미국 조사업체 커먼센스어드바이저리가 발표한 `2013년 톱 100 언어서비스 제공업체` 자료에 따르면 순위권에 든 국내 기업은 한샘EUG(73위)가 유일하다. 라이온브리지가 1위, SDL이 4위를 차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IT기업은 대부분 제품 개발과 현지 파트너 발굴에만 초점을 맞춰 로컬라이제이션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면 관련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톱 100 언어서비스 제공업체

(자료:커먼센스어드바이저리)

`로컬라이제이션` 투자 부족이 IT 수출에 걸림돌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