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비, 한국서 활로 모색한다

와이파이·블루투스에 밀려 뚜렷한 시장을 찾지 못하던 무선 통신 기술 `지그비(Zigbee)`가 홈네트워킹, 스마트그리드 시대에 맞춰 대안 기술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특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스마트폰에 지그비 기술을 장착하는 것을 검토 중이어서 한국 시장이 지그비의 진로를 좌우할 거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팹리스 레이디오펄스 외에 네덜란드 그린피크테크놀로지 등 지그비 업체들이 한국 스마트TV·스마트폰·스마트조명 시장을 잡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지그비, 한국서 활로 모색한다

케이스 링크스 그린피크테크놀로지 CEO
케이스 링크스 그린피크테크놀로지 CEO

`와이파이의 아버지`로 불리는 케이스 링크스 그린피크테크놀로지 최고경영자(CEO)는 15일 서울 종로구 서머셋 호텔에서 지그비를 통한 스마트홈 구축을 발표했다. AT&T 재직 시절 와이파이를 개발해 무선 데이터시대를 처음 열었던 그가 경쟁 기술인 지그비 칩을 개발해 고주파(RF)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이 회사가 출시한 `오픈 스마트폰 프레임워크`는 지그비를 기반으로 한 홈 네트워킹 솔루션이다. 리모컨과 스마트폰에 지그비를 장착해 TV 셋톱박스, 보안기기, 에너지 시스템 등을 관리한다.

국내 팹리스인 레이디오펄스 역시 최근 스마트TV용 양방향 리모컨에 지그비 칩을 대량 공급하는 등 상반기 매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왕성호 레이디오펄스 사장은 “스마트 리모컨은 적외선(IR)·와이파이 방식이 아닌

지그비 기술로 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그비는 벌이 지그재그로 춤추면서 의사소통을 하는 것에서 따온 말로 근거리 통신 방식의 하나다. 미국전기전자학회(IEEE)에서 정한 802.15.4 표준의 일종이다. 통신 한계 거리는 짧지만 전력 소모가 적고 원가가 저렴하다. 양방향·다채널 통신이 가능해 스마트홈·스마트그리드 등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를 모아 왔다.

하지만 근거리 무선통신 시장을 선점한 와이파이·블루투스 등 대체 기술에 밀려 한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최근 스마트TV 보급률이 올라가고 발광다이오드(LED) 업체를 중심으로 스마트 조명 시장이 확대 되면서 다시 지그비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최근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에 지그비 장착 여부를 검토하고 있어 시장 전망은 더 밝다. 스마트폰을 허브로 사용해 집 안의 TV·냉장고·세탁기는 물론 조명 시스템 등 전력 사용 제품을 모두 제어하기 위한 포석이다.

업계 전문가는 “집안 네트워크를 모두 운용하는데 들어가는 칩 비용도 20달러 미만이라 LED 조명 제어 등에는 최적화된 솔루션”이라며 “지그비 업체들이 홈네트워크 허브인 스마트폰 시장을 잡기 위해 한국에 구애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무선 통신기술 비교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