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강국 기술대국]<기고> 첨단과학의 오케스트라, 핵융합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전력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에너지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연료가 무한하며 안전하고도 깨끗한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것이다. 엄청난 에너지를 쉬지 않고 만들고 있는 태양과 같은 에너지원이면 해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과학강국 기술대국]<기고> 첨단과학의 오케스트라, 핵융합

태양이 에너지를 내는 원리는 태양의 중심에서 일어나는 수소 원자핵의 핵융합 반응에 있다. 핵융합 반응을 지구에서도 구현할 수 있다면 인류도 태양과 같은 무한한 에너지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도전적인 꿈을 담은 것이 핵융합에너지 개발 연구이다.

핵융합에너지는 궁극의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지만 상용 발전을 이루기 위해 아직 해결해야하는 난제가 남아있다. 그중 핵심이 인공적으로 태양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 핵융합 반응이 지속되도록 할 수 있는 핵융합로 개발이다. 핵융합로는 내부를 우주환경과 같은 고진공 상태로 유지하고, 그 안에 연료인 중수소를 태양보다 뜨거운 초고온의 플라즈마로 만들어 핵융합 반응이 안정적으로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또 초고온의 플라즈마가 식지 않고 핵융합 반응을 지속해서 만들 수 있도록 높은 자기장을 이용해 핵융합로 내부에 가두어 둘 수 있어야 한다.

복잡한 특성을 지닌 핵융합로 개발과 운영에는 초고온, 고진공, 극저온 등 극한 환경에 필요한 각종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핵융합로 진단과 제어, 핵융합 시뮬레이션 등에 필요한 다양한 첨단 IT도 접목된다. 다양한 악기가 하나의 음악을 완성하기 위해 어우러지는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핵융합 연구는 다양한 최첨단 기술로 완성되는 첨단과학의 오케스트라로 비유할 수 있겠다.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핵융합 연구는 핵융합 상용화를 통해 인류의 최대 숙원사업인 에너지 문제 해결이 가능할 뿐 아니라, 연구 과정에서도 다양한 첨단기술 발전을 이끌어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기여하게 된다. 이처럼 연구결과의 높은 영향력과 함께 대규모 예산과 장기간의 연구 기간을 필요로 하는 거대과학이라는 특성 대부분의 선진국은 국가 차원에서 핵융합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역시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해 국내 기술로 개발된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 KSTAR의 운영과 미, 일, EU 등 7개국이 참여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 사업 등을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주관하며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전문가는 2040년대에는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를 통한 전기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 때까지 우리나라가 조화로운 연구 수행을 통해 우리 힘으로 첨단과학의 오케스트라인 핵융합을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장(kwonm@nf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