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TV` 열풍 1년 만에 '시들'…디지털전환 이슈 소멸이 주원인

대형 유통사와 중소제조사간 결합 모델로 각광받던 `반값TV` 열풍이 1년여만에 실종되다시피 했다. 올해 전반적 내수 TV판매 부진에다 지난 연말 가장 큰 이슈였던 `방송 디지털전환` 이슈가 소멸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16일 가전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지난해 대다수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오픈마켓 포함)에다 홈쇼핑 업체까지 참여했던 `반값TV` 판매가 올해는 일부 유통업체의 제한적 대응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유통가에서 `반값TV`는 대형 유통사의 브랜드와 신뢰도에다 중소제조업체의 TV생산기술을 결합한 상품으로 큰 이슈였다. 프리미엄 제품을 위협하며 전반적 제품가격 인하효과를 내면서 중소 제조사에는 새로운 기회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반값TV 열풍은 이후 반값 노트북, 반값 스마트패드 등 가전을 넘어 가구·자전거 등 일반 상품으로까지 확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일부 유통사만이 제한적 범위에서만 반값TV를 출시하고 있다. 특히 대형 이벤트나 프로모션은 거의 진행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소비자 관심도 줄었다.

유통가는 반값TV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디지털전환` 이슈 소멸을 꼽고 있다. 지난해 말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중단이 프로모션의 근거가 됐지만 올해는 반값TV를 강조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픈마켓 한 관계자는 “반값TV는 제품 경쟁력 자체보다는 여름철 에어컨 판촉전이 펼쳐지는 것처럼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유통사에서 기획해 내놓은 상품 성격이 강했다”라며 “유통사는 이슈를 제기하면서 해당 제품은 물론 전반적 판매 확대에 기여할 상품에 프로모션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내수 TV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전체 TV 내수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가까이 줄었다. 디지털전환 직후 TV 판매가 줄어드는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전 일본에서도 나타났다.

문제는 반값TV 부진의 타격이 대부분 중소 제조사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대형 유통사들은 애초 반값TV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했다. 이슈 제기차원에서 `치고 빠지는` 상품 성격이 강했다.

반면, 일시적 인기에 편승해 TV 생산에 뛰어든 중소 제조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수요를 잘못 예측해 TV용 패널이나 부품을 대거 확보했거나 생산라인을 늘렸던 중소업체들은 더 부담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