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 등…. 어릴 적엔 세계 여러 나라 수도(首都) 이름을 외워 문제를 맞히는 놀이를 종종 하곤 했다. 문제를 맞히다 보면 수도 이름을 놓고 서로 자기가 옳다며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호주는 시드니와 멜버른을 놓고, 브라질은 상파울루와 브라질리아를 두고 서로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었다. 남태평양 조그만 섬나라 수도를 놓고도 실랑이가 벌어져 결국 사회과부도가 판사 역할을 대신해 상황을 정리하기도 했다.
수도는 그 뜻처럼 나라를 대표하는 도시다. 하지만 수도는 반드시 가장 커야 하고 인구도 많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수도를 바꾸는 나라들이 적지 않았다.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이지만, 가장 많은 인구에 경제 중심도시는 뉴욕이다.
우리나라는 서울 이외에도 다양한 수도가 존재한다. 지난해 세종시가 행정중심도시로 출발했다. 제2의 도시 부산은 일명 `해양수도`로 불린다. 인천은 `경제수도`, 광주는 `문화수도`, 울산은 `산업수도`를 표방하고 있다. 대전은 과학기술, 대구는 지식산업 분야 중심지라는 자부심을 내세운다. 몇 해 전 마산과 창원, 진해를 통합해 출범한 창원시는 `환경수도`를 강조하고 있다.
광역시가 아닌 중소도시들도 이름과 함께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를 캐치프레이즈화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충절의 고장, 전통문화의 도시 등이 대표적이다.
특정 분야에서 수도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은 해당 도시 주민의 자부심을 넘어 국비 지원, 지역산업 육성 면에서 기여하는 바가 크다. 광역시도는 물론이고 기초 지자체가 지역의 지리적, 산업적 특징과 차별성을 내세우는 이유다.
경제 민주화와 융합, 창업, 일자리가 이슈인 창조경제 시대다. 창업만큼은 가장 빼어나게 지원하고 잘되는 도시 `창업수도`, 취업률 면에서 전국 1위라는 `고용도시`, 대기업과 중소상인이 가장 잘 화합해 상생 발전하는 `상생도시` 등을 표방하는 도시의 출현을 기대해봄직도 하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
임동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