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의 후계 구도를 놓고 첫째와 막내가 활발한 경영활동을 벌이고 있다. 장남인 조현준 사장은 대외 활동에 보폭을 확대하는가 하면 막내인 조현상 부사장은 `내치`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는 조석래 회장이 아직 누구에게도 힘을 실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하고 있다.
18일 효성에 따르면 그룹 장남인 조현준 사장은 지난 2월 차남 조현문 부사장(중공업 PG장)이 빠진 중공업 부문의 경영에 깊게 관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남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후계 구도가 조현준 사장과 3남인 조현상 부사장(산업자재PG장)으로 좁혀진 상황에서 그룹의 역량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다.
조 사장은 그룹의 전략본부장을 포함해 섬유·정보통신 부문담당을 맡아왔다. 효성의 7개 사업 부문 가운데 중공업은 그룹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며 창업 초기부터 주력사업으로 효성을 재계 30대 그룹으로 올리는 데 중추역할을 해 상징적 의미도 크다.
조 사장은 최근부터 중공업 전체 차장급 직원과 일대일 업무 보고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는 해당 임원과 부장급의 팀장을 배석시킨 자리에서 담당 업무와 사업 진행 상황 등을 직접 살피고 있다. 중공업부문 세부 업무 파악과 인재 발굴이 주된 이유로 알려졌다.
업계는 후계구도를 향한 조 사장의 행보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독일과 폴란드에서 세미나를 여는가 하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전시회를 개최했고 미국 등에서 열린 전시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또 인도네시아 자룸그룹 회장의 3남인 BCA 민영은행 부행장을 만나 사업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중국 칭화대 학생을 대상으로 리더십 강의를 하는 등 예전과 다른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조현상 부사장의 행보도 만만치 않다. 차남이 회사를 떠난 이후 여러 차례 걸쳐 주식을 추가 매입해 장남인 조 사장(8.55%)보다 더 많은 8.76%(307만6000여주)의 지분을 확보했다. 조 부사장은 그룹 내부 활동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사장은 사내 체육행사나 사회공헌 활동 등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구도에도 효성 측은 조석래 회장이 왕성하게 경영활동을 하는 상황에 승계구도를 논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시각이다. 효성은 외부인선을 통해 중공업부문 사장 영입을 추진 중이다. 중공업 사장 자리가 향후 승계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공정한 경쟁체제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효성 고위 관계자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외부인선을 통해 중공업 PG장을 영입 중이며 이르면 10월께 마무리될 것”이라며 “조 회장의 경영활동이 매우 활발한 만큼 승계 구도는 신경 쓸 때가 아니고 조 사장의 중공업 부문 관여는 경영수업에 일환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일축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