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기술이 힘이다]<하> 위성기술 수출시대 진입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지금까지 위성 영상을 팔아 번 돈은 얼마나 될까.

몇푼 안 될 것 같지만 147억원이 넘는다. 위성영상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 산업 중 한 분야다.

[우주기술이 힘이다]<하> 위성기술 수출시대 진입

오는 8월 쏘아 올려질 아리랑 5호 상상도.
오는 8월 쏘아 올려질 아리랑 5호 상상도.

우리가 제대로 된 위성을 쏘아올린 건 지난 1999년 미국 TRW사와 공동개발해 우주궤도에 올린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1호가 처음이다. 14년 만에 우리는 세계 위성영상 및 위성기술 수출 시장에 깊숙이 진입했다.

실용위성 개발에 착수한 건 1995년이다. 18년 동안 우리나라 위성 기술은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 일부에서는 이미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한다. 2006년 7월 발사돼 현재까지 운용되고 있는 아리랑 2호와 2012년 5월 발사된 아리랑 3호의 영상정보는 환경, 기상, 해양, 지질, 지도제작, 임업, 수자원, 농업 등 국민 실생활은 물론이고 자연재해 복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아리랑 2호는 지금까지 약 5만4000여회의 영상촬영을 통해 약 290만장의 사진을 획득했다. 2007년 6월 1일부터 세계 상용 위성영상 서비스 시장에 진출해 지금까지 약 2만1000여장의 영상을 판매했다. 판매액만 지난 5월 기준, 147억3000만원가량이나 된다.

아리랑 2호가 촬영한 영상은 유엔(UN)을 통해 중국 지진, 아이티 지진, 일본 지진과 쓰나미 피해,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고분석 등 국제적 재난재해 복구활동에 무상으로 제공되기도 한다.

위성기술 수출 전망도 밝다.

중동국가에 맞춤형 위성영상 직수신·처리 기술과 시스템을 사상 처음 수출했다.

위성시험시설에 대한 기술력도 수준급이다. 지난 2006년엔 60억 원을 들여 대형열진공챔버를 국산화했다. 해외에서 수입할 경우 140억 원 가량이 소요된다. 항우연은 또 이 챔버 활용으로 아리랑 3호, 아리랑 5호, 천리안위성 등의 우주환경시험을 국내서 수행하며 건당 4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올해에는 싱가포르로부터 안테나 환경시험을 수주했다.

오는 8월 22일엔 국내 최초로 전천후 영상레이더(SAR)를 탑재한 지구관측위성인 아리랑 5호가 러시아 야스니(Yasny) 발사장에서 드네프르(Dnepr) 발사체에 실려 발사된다. 아리랑 5호는 이미 발사된 광학관측위성(아리랑 1호, 2호, 3호)과는 달리 SAR를 탑재했다. SAR는 위성에서 지표면으로 마이크로파를 보내 반사되는 신호를 측정, 영상화하는 전천후 카메라다. 밤·낮이나 기상 영향 없이 관측이 가능하다. 현재 운용 중인 아리랑 2호, 3호와 상호보완적으로 사용된다면 영상정보의 확보와 활용 면에서 상당한 진보를 이루게 된다.

아리랑 5호는 재난재해 분야에서도 활용성이 큰 위성이다. 화산폭발과 같은 자연재해가 있을 때 아리랑 2호나 3호 같은 광학위성은 화산재와 연기 때문에 영상 획득이 어렵지만 SAR 위성은 화산재나 연기 영향 없이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위성에서 보낸 반사파로 영상을 만들기 때문에 지표 변화의 미세한 탐지도 가능하다. 백두산 화산활동을 장기간에 걸쳐 촬영하면서 화산활동으로 인한 지표면의 높낮이 변화 등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오는 2014년에는 아리랑 3A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아리랑 3A호에는 적외선 카메라가 장착된다. 산불이나 홍수 피해는 물론이고 도심 열섬현상 분석영상 등을 얻을 수 있다.

아리랑 5호, 3A호 위성이 모두 발사되면 광학영상이나 적외선 영상, 레이더 영상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시간대 위성 영상도 획득이 가능해진다.

해외에선 최근 들어 전천후 지구관측이 가능한 영상레이더 위성 개발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독일(TerraSAR-X/TANdem-X), 이탈리아(CosmoSKYMed)를 중심으로 상업용 고해상도 SAR 위성을 경쟁적으로 개발 중이다.

항우연은 현재 위성수출 카달로그(KARI Solutions)를 통해 외국에 직접 위성을 만들어 수출하고 위성 지상국이나 시험장비와 시험시설들을 세워주는 전략을 세워놨다.

김승조 항우연 원장은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준비는 갖춰놨다. 위성은 상업화가 가능한 분야”라며 “카탈로그에는 50여가지 위성수출 모델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우리가 해외에서 수주해 온 위성을 산업체가 만들게 하고, 항우연은 새로운 미래 핵심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공공위성 개발 현황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