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설국열차`는 지구 온난화로부터 시작된다.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이 실패하고 지구에 빙하기가 온다. 끊임없이 달리는 기차 외에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차는 생존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유일한 사회다. 지구 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한 실험 실패가 영화의 중요한 소재다.
출처: 설국열차 공식 까페
현실은 어떨까.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안전한 대책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있다. 영화 설국열차처럼 극단적인 실험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 친환경적인 대안이 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기술인 `인공광합성`이 주인공이다. 인공광합성은 이산화탄소를 줄이면서 동시에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술이다. 인공광합성은 단순 신기술이라는 점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떠오른 에너지위기와 지구온난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서 매력적이다.
인공광합성은 식물의 광합성 원리를 모방하여 태양빛을 에너지로 사용하여 물, 이산화탄소를 산소, 수소/탄소화합물로 전환시키는 반응이다. 연료를 태워 발생된 이산화탄소와 물을 다시 연료와 산소로 리사이클링(recycling)한다. 더 이상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며 청정 에너지원으로서 에너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 투입량을 증가시켜 온실가스 양을 줄일 수 있다. 넓은 의미에서 인공광합성은 산화환원 반응과 염료들을 모사한 염료 감응형 태양전지, 연료전지, 수소 및 이온 전달 장치, 인공적으로 물을 분해하여 수소와 산소를 얻는 반응 등을 모두 포함한다.
미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인공광합성 실험에 뛰어들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009년에 에너지 첨단 연구 프로젝트 사무국(ARPA-E)을 출범시켰다. 오바마 미국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5개 기업 중 한 기업인 썬 카탈리틱스사(Sun Catalytix)는 태양직접전환연료(direct solar fuel)를 개발한다.
썬 카탈리틱스사 창업자인 다니엘 조지 노세라(Daniel George Nocera) MIT 교수는 태양빛에 인공광합성(Artificial Photosynthesis)을 활용해 전기를 얻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노세라 교수는 솔라셀을 사용해 수소를 만들고 이를 저장해 전기를 만드는 연료셀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식물이 태양빛으로 수분을 분해해서 포도당을 생산 저장하는 것처럼 태양빛으로 먹는 물 1병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해서 전기 에너지를 생산 저장한다. 식물의 광합성을 인공적으로 재현하는 연구는 미국 에너지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일본 문부과학성 등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자료제공: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우리나라도 인공광합성 실험에 한창이다. 국내에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지원하는 서강대 인공광합성연구센터가 있다. 서강대 인공광합성 연구센터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기후변화대응 기초·원천기술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2009년부터 10년간 정부지원금 500억원을 지원을 받아 국내·외 15명의 교수와 100여명의 연구원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서강대학교와 포스코는 2010년 8월 인공광합성 실용화 공동연구를 위한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인공광합성 연구센터 전용 연구동인 포스코 프란치스코관이 2013년 1월 준공됐다. 두 기관은 기초연구단계는 연구센터가 주도해 연구를 하고, 상용화 단계부터는 포스코가 연구인력과 연구비를 투입키로 했다.
인공광합성 연구를 통해 신약 원료물질 생산을 가능케 하는 연구 성과도 국내 연구진에 의해 나왔다. 산화환원효소 반응을 통해 고부가가치의 정밀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기술을 박찬범 카이스트 교수 연구팀이 개발해냈다. 박 교수 연구팀은 이를 위해 식물의 엽록체 기능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빛을 받아 전자를 이동하게 만드는 광에너지 전환부, 이를 전달하는 전자전달시스템, 그리고 산화환원 효소의 도움을 받아 정밀화학 제품을 만드는 바이오촉매(효소)반응부 등 세 가지 구성부를 하나로 연결한 일체형 시스템을 개발했다. 태양광을 이용해 바이오 연료 중간물질(포름산)을 생산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식물에서 얻는 신약 원료물질은 안전성 면에서 인체에 무해한 의약품을 만든다. 식물에서 추출한 물질은 비교적 단순한 화학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물질 합성을 돕는 효소만 바꿔주면 다양한 정밀화학 제품을 선택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항우울제, 항히스타민제, 부정맥치료제 등을 만들 수 있는 중간물질 (키랄알코올)을 만들 수 있다.
인공광합성은 무한 에너지원인 태양광을 이용하는 점에서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연료생산과 의약품 생산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와 원천기술 확보와 유사 분야의 발달로부터 올 수 있는 무한한 이익이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인공광합성 기술은 아직 실험실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공광합성 기술을 실제 산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광반응 효율성 향상, 생체물질인 효소의 안정성 향상, 연구 분야의 쏠림현상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과제로 남아있다. 홍정석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인공광합성은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태양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정말 중요하지만 줄일 수 있는 이산화탄소 양을 대폭 늘릴 수 있어야 더욱더 의미 있는 실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