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신생기업육성방안, 일명 `잡스법(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Act)`에 서명했다. 잡스법의 주요 골자는 신생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 방안을 강화하는 것으로 인터넷을 통해 투자자를 모으는 크라우드펀딩을 허용하고 비상장기업의 주주수를 기존 500명으로 제한되어 있던 것을 2000명으로 확대시키며 기업공개(IPO) 절차와 규정을 간소화하는 것이다. 또 신생상장 기업에 대한 회계규정 적용 유예기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 헤지펀드 또는 사모펀드 특정중소기업 투자펀드 모집광고 허용, 투자은행 상장 주선기업에 대한 리포트 발행 허용 등이 포함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크라우드펀딩의 합법화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조차 아직 투자자에 대한 보호 장치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잡스법이 처음 발효될 때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가 9개월 이내 지분투자와 관련된 복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지만 1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구체적인 시행령이 나오기 시작했다. 투자 상한을 설정하는데만 꼬박 수개월이 걸린 셈이다. 소득에 따른 투자 상한선을 정했는데 10만달러 미만 소득을 가진 개인은 연간 5000달러, 10만달러 이상 개인은 1만달러까지 투자할 수 있다.
지난 1년 동안 크라우드펀딩은 파죽지세로 성장했다. 잡스법의 최대 수혜자로는 스마트 시계 페블이 출시돼 스마트 시계 열풍을 예고했고 안드로이드 셋톱박스 게임기인 오우야도 거실 환경의 지각변동을 외치고 있다. 비록 예고했던 제품 출시일보다 6개월~1년 넘게 걸렸지만 어쨌든 제품이 출시되고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 제품은 크라우드펀딩뿐 아니라 전통적인 제조업에도 혁신을 가져다줬다. 실제로 크라우드 펀딩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킥스타터 역시 5월 기준 역대 최고액을 모집 중이다. 100만달러 이상의 자금 조달도 지난 1년 동안 일어난 일이다.
킥스타터 등 해외 크라우드펀딩은 제품을 아직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선주문 방식으로 홍보와 판매, 제작비 조달 등을 한 번에 해결한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돈을 내면 티셔츠를 주거나 제품으로 돌려받는 것으로는 창업 생태계가 꽃피기 어렵다. 적어도 정부에서 주장하는 `창업 생태계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는 부족하다. 차라리 지분투자형을 통해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몇 주 쥐어주는 편이 나을 수 있다.
한 크라우드펀딩 운영사 관계자는 “아이디어나 기술력만으로 승부하는 창조형 중소기업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그런 업체들은 이미 다른 곳에서 펀딩을 받았거나 추진 중”이라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활성화가 되려면 투자자 유인책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크라우드펀딩은 아직도 계속 진화하는 중이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