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갈길 먼 크라우드펀딩…3가지 이슈는?

갈 길 먼 크라우드펀딩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뜻이다. 소규모 후원이나 투자, 대출 등을 목적으로 인터넷에서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일종의 공유경제 행위다. 형태는 크게 기부·후원·리워드·대출·지분 투자형 등으로 구분된다.

[이슈분석]갈길 먼 크라우드펀딩…3가지 이슈는?

박근혜정부는 크라우드펀딩을 창업·벤처기업의 자금조달 기능을 수행할 창조경제 정책의 한 축으로 제시해 큰 관심을 받았다. 중소 벤처기업 창업·경영지원 등 제도권 금융회사가 할 수 없는 부분이나 외면하는 영역에서 크라우드펀딩이 `엔젤 투자자`가 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올해만 글로벌 기준 5조원, 국내에서는 5~6개 업체가 18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금한 상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정부는 지난 5월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내놓으며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조속한 법제화를 약속했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도 부처간 알력 다툼으로 법제화는 요원하다. 게다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창업 지원을 확산하겠다고 밝혔지만 후원형, 기부형, 대출형 등 창업 지원과는 동떨어진 형태만 범람하고 있다. 벌써부터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이름 아래 온라인 대부업같은 `변종` 형태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 요원한 법제화…한 지붕 두 가족으로 운영되나

금융위원회와 중소기업청은 지난 6월 중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크라우드펀딩 운영에 대해 일정 투자자금 이상은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고 그 미만은 중소기업 창업지원법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5억원 이상 대형 공모는 금융위원회가, 5억원 미만의 기부 후원형은 중소기업청이 맡아 운영하는 것이다.

양 기관의 주장은 단순하다. 일정 금액 이하는 창업지원법에 담아 전적으로 투자자 책임 아래 투자하고 이후 벤처캐피털(VC) 등 추가 펀딩이 이뤄질 때 정부가 구주인수를 통해 가능성 있는 창업자를 발굴하면 된다는 것. 이후 어느 정도 성장이 이뤄진 업체는 자본시장법에 적용을 받아 정식으로 투자를 받으면 된다는 논리다.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규제적 이익은 감소해도 산업정책적 이익을 우선시하기 위해 전문적인 기관이 운영코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며 “이렇듯 `한국형` 크라우드펀딩 법안으로 여러 투자자보호는 물론이고 크라우드펀딩 고유의 장점인 개방성과 다양성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 첫 도입인데다 설상가상으로 운영 주체까지 이원화돼 투자자와 펀딩 발행기업의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크라우드펀딩을 준비하는 업체 한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발행주체인 우리도 방향성을 정하는데 한참을 헤맬 수 있다”며 “신속하고 빠른 펀딩을 기대하는 여러 업체들은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자인 중개 사업자 측면에서도 운영 주체가 두 개다보니 효율적인 업무 관리는 기대할 수 없다. 중복 서류 제출 등 행정적인 잡무만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부형·후원형 일색…창업 도움되는 지분투자형이 활성화돼야

최근 국내에서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성공 사례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이벤트 플랫폼 업체 온오프믹스다. 온오프믹스는 크라우드펀딩 중개사이트인 오픈트레이드를 통해 한 달간 크라우드 펀딩을 실시한 결과, 투자신청 금액인 2억원을 훌쩍 뛰어 넘은 6억8000만원을 모았다.

목표액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온오프믹스를 한국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 분야에서 손에 꼽을만한 성공적인 사례라고 말한다.

고용기 오픈트레이드 대표는 “해외에서 엔젤 투자자가 크라우드펀딩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례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분투자형은 조달한 자금에 대한 이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형태다. 사업체의 지분이나 사원권 등을 투자자에게 교부할 수도 있고 회사 구조에서 인정되는 주식이나 사업 이익을 나누는 약정도 맺을 수 있다. 사업에 대한 책임감이 더 무거워지는 셈이다.

실제로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온오프믹스의 존재 이유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견고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기부 또는 후원 형태의 크라우드펀딩이 대세다. 특히 문화 예술 분야에서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글로벌 기준으로도 `사회적 기부`(24.7%)가 크라우드펀딩 자금 영역별 기준으로 1위다. 이어 비즈니스 창업(16.9%), 영화 및 예술(11.9%), 음악 및 음반(7.5%) 수준이다. 하지만 창업이 장려되고 관련 생태계가 꽃피려면 비즈니스 창업 분야가 적극 장려돼야 한다. 최근 해외에서도 사회적 기부가 정체되어 있는 반면에 비즈니스 창업과 관련한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온라인 대부업이 아니냐는 투자자 인식…문화적으로 확산돼야

최근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의 변종 형태로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저신용층·다중채무자에게 불특정 다수의 투자금을 모아 급전을 건네는 형태가 범람하고 있다. 문제는 투자자 보호다. 아직 크라우드펀딩이 금융투자와 관련한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하다 보니 대출 부실에 따른 피해 방지 등이 미흡하다. 실제로 크라우드펀딩 업체에서 다수의 펀딩을 받았다가 상환을 하지 못한 대출회원이 최근 국민행복기금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례도 있다.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은 P2P대출(Peer To Peer lending)이나 온라인 대출의 한 형식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마이크로파이낸싱(microfinancing)을 주력으로 하는 P2P 대출과는 다르다. 마이크로 파이낸싱은 기존 금융권의 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운 자들을 위한 자금조달수단으로, 창업이나 사업의 지원과 무관하게 이루어진다. 특히 소셜론 등의 이름으로 한국에서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정작 국내 크라우드펀딩 업계는 정부 생각과는 조금 다른 곳에서 수익을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투자자도 크라우드펀딩을 온라인 대부업이라고 치부하는 경우도 생긴다.

크라우드산업연구소 관계자는 “투자자보호 및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기 위해 중개업체 자격 요건 관리와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며 “단순 규제 방식보다 산업 특성을 고려해 인증 제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