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주요 건자재 기업들이 고기능성 첨단 소재 시장에 속속 진출하는 추세다. 건자재 매출액과 수익률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첨단 소재 사업 진출은 이제 필수로 여겨진다. 기업들마다 연구개발(R&D) 방향이나 전략에 따라 명암이 엇갈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L&C, LG하우시스, KCC 등 건자재업체들은 최근 고기능성 소재 비중을 점점 높이고 첨단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L&C가 가장 적극적이다.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핵심 소재인 연성동박적층판(FCCL)과 터치스크린패널(TSP) 소재인 산화인듐주석(ITO) 필름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력 스마트폰에 절반 이상을 공급하면서 두산전자·이녹스 등을 제치고 급부상했다. ITO 필름을 상용화한데 이어 커버유리완전일체형(G2) TSP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지난 1999년 한화케미칼에서 물적분할 당시 매출액의 20% 안팎에 불과했던 소재사업 매출 비중이 60%로 성장했다. TSP 등 차세대 시장에 대해서는 관련 소재 전체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진행, 소재 기술 플랫폼화를 꾀한다.
한화L&C 관계자는 “아예 `건자재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려고 한다”며 오는 2015년 소재사업 부문 매출 비중을 75%까지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LG하우시스는 건자재 부문 매출액이 여전히 50% 이상을 차지하지만 영업이익의 90%는 고기능 소재·부품에서 나온다. 건자재 사업 부진을 첨단 소재 사업이 상쇄하는 형국이다. 차량 시트 원단 세계 시장 3위까지 오르는 등 차량용 소재·부품 기업으로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여전히 `건자재 기업`으로 통한다. 독자적으로 ITO필름과 광학용 필름 점착제(OCA) 등을 자체 개발했지만 아직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그룹 계열사 내 LG화학이 버티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ITO필름은 LG화학이 개발에 성공해 TSP 업체에 공급 중이다.
KCC는 건자재와 공업용 도료 등 기존 사업 비중이 여전히 높다. 얼마 전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의 `세계시장 선점 10대 핵심소재(WPM)` 사업 지원을 받아 개발해 오던 사파이어 잉곳 사업을 중단했다. 얼마전에는 현대중공업과 합작사였던 폴리실리콘 제조업체 KAM을 흡수합병, 사실상 떠맡기로 했다. KAM은 태양광 사업을 위해 현대중공업과 KCC가 각각 49%, 51%를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적자가 지속됐고 현대중공업과는 소송전을 벌였던 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황이 급격하게 변한 탓도 있지만 업종 선정이나 전략에서 기업 간 차이가 있다”며 “무엇보다 첨단 소재사업에 대한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