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청년 무직자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동갑내기 여성을 전남 광주에서 부산까지 260㎞를 달려가 흉기로 난자한 사건이 있었다. 온라인 게시판에서 벌어진 갈등이 현실의 살인으로 이어진 어이없는 비극이었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둘 다 같은 온라인 게시판에서 상호 모욕과 비방을 일삼던 `키보드 워리어`였다.
앞서 축구선수 기성용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최강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모욕하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는 이전에도 SNS를 통해 부적절한 독설을 자주 남겨 키보드 워리어라는 오명을 얻었다.
키보드 워리어는 인터넷에서 욕이나 인격 모독 등의 내용을 담은 악성 댓글을 달며 희열을 느끼는 네티즌을 부르는 신조어다. 컴퓨터 키보드(keyboard)를 무기로 싸우는 사람(warrior)이란 뜻에서 용어가 만들어졌다.
이들은 오프라인에서는 차마 말할 수 없는 특정한 의견을 온라인에서 터뜨리며 자신을 과시하고 만족감을 느끼는 공통점이 있다. 주로 확인되지 않은 루머나 타인의 사생활을 소재로 독설을 퍼붓고 험담을 즐기지만 막상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그런 발언을 하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키보드 워리어는 이미 연예인 자살 등 각종 사건사고의 배경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사회적으로 문제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키보드 워리어의 심리 기저에 목표 대상에게 정신적 충격을 많이 가할수록 만족감이 극대화되는 비뚤어진 과시욕이 깔려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에는 일부 국가기관이 키보드 워리어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