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행부와 자해공갈단(?)

지난주부터 정부 부처가 내년 살림살이 준비에 들어갔다. 기획재정부와의 2014년 예산협의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너무하다” “말도 안 된다”는 푸념과 탄식이 안전행정부가 위치한 정부서울청사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기자수첩]안행부와 자해공갈단(?)

박근혜정부 들어 사실상 첫 번째 맞는 정부부처 예산협의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세수 부족에 따른 긴축기조에서 한발 나아가 성과가 없는 사업에는 가차 없이 손질이 가해질 것이라는 분위기다. 신규 증액신청은 아예 엄두도 못 낼 판이라고 일부 공무원은 혀를 내두른다.

전반적으로 복지예산 증액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한계사업으로 분류되면 기재부의 예산 삭감 칼날을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기재부가 정부조직 생태계에서 `슈퍼 갑`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런데 이 같은 기재부도 안전행정부에는 다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안행부가 정부조직 업무를 관장하기 때문이다. 과거에서도 안행부가 기재부 몫의 고위공무원 자리를 없애거나, 해외 파견가는 자리를 줄인 적도 있었다.

전통적으로 두 부처 간에 미묘한 긴장관계와 함께 공모(?)자들끼리만 주고받는 시선이 존재하는 이유다. 자연스럽게 두 부처 간 견제와 균형이라는 신사협정이 만들어진 셈이다.

안전행정부에는 `자해공갈단`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과거 행정자치부, 행정안전부 시절부터 부처 중 가장 모범적으로 조직을 축소했음에도, 타 정부 조직에는 공갈(?)이 안 먹혔다는 자위적 별칭이다. 실제 몇 년 전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부대과`제도를 실시하면서 42개과를 통폐합했던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기관, 과장급 공무원이 이른바 의도하지 않은 `위성 공무원` 신세다.

안행부는 지난 6월 20일 `정부3.0 비전`을 발표했다. 정부조직 운영과 관련해, 매년 전 부처 정원의 1%를 통합정원으로 지정하고, 고위공무원단의 경우 협업분야를 중심으로 통합인사관리를 실시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혁신적 방안이 통할까. 연말 안행부 별명이 바뀌는지가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

김원석 비즈니스IT부 차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