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휴대폰과 TV 등 IT제품의 애프터서비스(AS)에 가공(리퍼)부품 허용을 적극 검토한다. 업계는 자원 절약과 환경오염 방지, 소비자 비용 완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란 반응이다. 반면에 소비자 단체는 안전성과 경제성 검증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2일 관련 정부·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조사가 휴대폰·TV 등의 AS 과정에서 가공부품 사용을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소비자 분쟁해결기준`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적용 대상은 PCB보드·디스플레이 패널 등 반영구적인 부품에 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분쟁해결 기준은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이해가 걸려 있다”며 “소비자와 사업자 간 협의를 충분히 거쳐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 시점은 아직 미정이다. 공정위는 최종 확정(의결)에 앞서 행정예고 후 필요에 따라 공청회를 거칠 예정이다.
이번 IT제품 가공부품 허용 방안은 애플 아이폰의 리퍼폰 사용이 계기가 됐다. 정부가 가공부품으로 만든 애플 `리퍼폰`을 인정하면서도, 가공 부품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법 논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이었다.
업계에서는 가공부품 허용 방향에 대해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이라며 환영하는 상황이다. 원자재 수입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와 자원 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공부품을 허용하지 않으면 기존 부품은 사실상 쓰레기로 처리돼 피해가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도 수리비를 50% 이상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고, 부품 수급 지연에 따른 AS 대기 시간을 줄이는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한다. 이 때문에 미국·캐나다와 유럽 상당수 국가에서 가공부품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는 안전성과 경제성 두 측면에서 문제점을 지적한다. 기본적으로 AS는 유·무상 모두 새 부품으로 교체가 정당하다는 인식이다. 임은경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AS를 받은 후에도 추가 하자가 발생해 상담하는 사례가 많다”며 가공부품 도입 후의 안전성 문제를 우려했다. 또 가공부품 도입 시 기업이 과도하게 이익을 챙길 수 있어 부품 가격 등을 충분히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용어설명
소비자분쟁해결기준:소비자가 상품 또는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사업자와 분쟁이 발생하면 분쟁의 실질적인 해결 기준으로 적용한다. 소비자기본법 16조 2항에 명시돼 있는 것으로 분쟁당사자 간 분쟁 해결방법에 관한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는 때에 한해 분쟁해결을 위한 합의 또는 권고 기준으로 사용한다. 541개 품목(2011년 12월 기준)의 보상기준이 마련돼 있다.
가공부품:회수한 부품을 동일 제조사가 기존 프로세스와 동일한 과정을 거쳐 품질·안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한 부품이다. 애플 리퍼폰이 `중고폰`과 달리 모든 부품을 새롭게 사용해 만든 것처럼, 가공부품도 회수 후 별도의 프로세스를 밟는다는 측면에서 중고부품과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