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 클라우드 서비스, 한국에선 `냉랭`

SAP코리아와 한국오라클이 전사자원관리(ERP)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한 지 2년 가까이 됐지만 시장에서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업체들이 강조해온 저렴한 비용이 국내 기업엔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을 결정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AP코리아와 한국오라클의 ERP 클라우드 고객 수가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으며, 신규 고객 80% 이상이 여전히 ERP 라이선스를 직접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오라클은 지난해 초 서비스 출시 이후 현재까지 세 곳의 고객을 확보했다. SAP코리아는 구체적인 고객 수는 밝힐 수 없지만 10인 이하의 중소기업만 일부 사용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SAP코리아 파트너 관계자는 “적용 기업들 가운데서도 대부분이 외국인 투자기업이며 국내 기업들은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며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직접 구매해 구축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SAP코리아는 LG유플러스, 웅진홀딩스를 통해 `SAP 비즈니스 원`을 월 요금제 기반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한국오라클은 한국IBM과 함께 `JD에드워드` 솔루션을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업계는 클라우드 ERP 서비스의 확산이 더딘 이유로 저렴하지 않은 비용을 꼽았다. 업체들은 클라우드 ERP 서비스가 직접 구축해 운영하는 것보다 30~40%가량 저렴하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실제 100인 이상의 중견기업이 클라우드 ERP 서비스를 5년 이상 활용한다고 했을 때 월단위로 지불하면 구축서비스와 많은 차이가 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비용이 초기에 한꺼번에 많이 들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제외하고는 비용적인 측면에서 큰 장점이 없다는 주장이다.

또 국내 기업들은 자사 기업 정보를 외부 센터에 두는 것 자체를 여전히 꺼려한다. 임대 서비스에 대한 인식 부족도 시장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오라클 JD에드워드를 구입한 한 고객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함께 고민했지만 내부 의사결정권자들의 반대로 직접 구축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업 내부에서 임대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추진하기 어려웠다”며 “또 초기 비용 부담이 있긴 하지만 장기간 사용한다고 했을 때 비용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 클라우드 ERP 서비스의 사용률이 저조하자 SAP코리아와 한국오라클은 본사에서 출시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국내에 곧바로 선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SAP는 지난 5월 초 HANA(하나)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서비스를 전격 출시, 당초 KT와의 협의해 국내에 곧 출시한다고 밝혔지만 2달이 지난 지금도 서비스 추진 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한국오라클 관계자는 “시장 확산이 더딘 것은 사실이지만 현 고객 가운데 매출 1000억원 이상의 중견 기업도 포함돼 있다”며 “의미 있는 사례들이 만들어지고 있어 향후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SAP코리아와 한국오라클의 ERP 클라우드 서비스 현황

ERP 클라우드 서비스, 한국에선 `냉랭`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