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해온 LG디스플레이가 거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제품 다변화 전략을 펼친다. 저가 제품 위주이던 중국 시장에서 최근 수요층이 하이엔드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화됐다는 판단에서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22일 파주 공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중국 고객들의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메인스트림과 하이엔드 시장도 어마어마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밑에는 밑으로 중간은 중간으로, 하이엔드는 하이엔드로 대응을 잘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형 디스플레이에서는 비정질실리콘(a-Si, 아몰퍼스), 옥사이드, 저온폴리실리콘(LTPS) 등 세그먼트 별로 가겠다”면서 “무궁무진한 중국 시장에서 숨어있는 고객사들을 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a-Si LCD 패널로는 범용 시장을, LTPS는 고해상도 하이엔드 시장을 공략한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저전력·박형에 유리한 옥사이드(산화물반도체) 패널로는 새로운 수요층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근 한 사장은 중국 시장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7박8일 일정으로 현지 출장을 다녀왔다. 중국 곳곳의 스마트폰 제조사를 비롯한 고객과 유통업체 등을 만나고 난 후 시장이 달라지고 있음을 절실히 느꼈다.
그동안 LG디스플레이는 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TPS 기판을 사용한 고해상도 LCD 위주의 전력을 펼쳤지만, 이제 중국의 세컨 티어(Second Tier, 2위권 업체)들을 찾아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중국 광저우시만 해도 GDP가 1만7000달러에 달한다”며 “이곳에서 싸구려 제품은 환영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LG디스플레이의 전략 변화는 초고선명(UHD) TV와 같은 대형 패널 사업에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사장은 “84인치 UHD는 기술적으로 앞서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출시했고 로우엔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은 늦지 않았고 준비 잘 해서 UHD 시장도 선도해가겠다”고 강조했다.
저가형 UHD 시장을 대만 업체들에게 빼앗겼지만, 앞으로는 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대만 업체들의 저가 저품질 UHD 패널에 대해서는 UHD 시장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경계했다.
시장 초기 단계인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설파했다. “풀HD에 UHD로 가는 것은 해상도가 바뀌는 것이지만 OLED는 세대가 바뀌는 것”이라며 “시장이 열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다소 어둡게 봤다. 계절적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에너지 보조금 지원이 끝나고 남미도 환율 등의 문제로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