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역 과학기술 정책 단상

“지역 과학기술 대중화를 위해 오랜 시간 일해온 단체와 전문가를 배제하고 중앙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해 추진한다. 지역 거점 국립과학관 건립 사업은 지역 과학기술계의 의견 수렴이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닌가.”

[기자수첩]지역 과학기술 정책 단상

“지방과학연구단지는 중앙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불만이 쌓여 있지만 향후 사업 확보나 예산 배정에서 미움을 살까 눈치만 보고 있다.”

최근 지역 기관 및 과학기술계에서 나오는 중앙부처를 향한 쓴소리들이다.

지역 거점 국립과학관, 지방과학연구단지, 기초과학연구원 지역 사이트랩 등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각종 과학기술 관련 사업을 놓고 지역의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요지는 지역의 상황과 견해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구와 광주의 국립과학관은 미래부 산하 과학관추진단의 일방적 사업 진행 속에 직원 채용 비리가 불거져 개관에 경고등이 켜졌다. 부산 국립과학관은 전시 주제와 운영 주체 등을 놓고 최근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서가 나왔다.

10여년 전 시작한 지방과학연구단지 육성사업은 국비에 지자체 매칭까지 수천억원을 투입해 인프라를 구축했지만 후속 연계사업이 없어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을 관련 중앙 정부 소관 부처에 문의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늘 “그럴 줄 몰랐다” “준비하고 있으니 좀 더 지켜봐 달라” “잘해보려 했는데 그리 됐다”는 상투적인 얘기들이었다.

해당 사업은 중앙 부처 시각에서 볼 때 여러 사업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지역에는 그 사업에 목매고 있는 사람과 협회, 단체,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해당 사업이 지연되거나 방향이 바뀌면 또 문제가 불거져 보류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지역에는 심각한 후유증이 남게 된다.

더구나 예산을 쥐고 있는 중앙 부처의 눈치를 봐야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처럼 지역 내 비판 여론이 높다는 것은 해당 사업의 기획과 추진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방증이다.

국가 정책은 추진 과정에서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역 정책 역시 그 지역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민과 소통하면서 추진돼야 함은 물론이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