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과 창업가 정신은 다르다"…전문 프로그램 절실

“기업가정신은 창업가정신과 조금 다릅니다.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기업 내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내는 것이 기업가 정신입니다. 모두가 CEO가 될 필요는 없지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무작정 창업만이 능사라고 가르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업가 정신과 창업가 정신은 다르다"…전문 프로그램 절실

“기업가정신 교육 과정을 운영하지만 자꾸 전인 교육식으로 흘러갑니다. 기업가정신이 자리잡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이 이뤄지다보면 학생들이 일반 교양과목처럼 시시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창조경제 핵심인 기업가정신 본질과 교육 방법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지난 22일 역삼동 D캠프에서 열린 `기업가정신교육네트워크(NED)` 첫 포럼에서다. 이 자리에서 참가자는 한국 실정에 맞는 기업가정신 교육프로그램 개발, 교육 사례 공유, 정보공유 플랫폼 운영 등 질적 확산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자는데 공감했다.

NED 조직위원장인 류창완 한양대학교 글로벌기업가센터장은 “불확실성이 높고 급속한 변화의 시대에 자신의 역량과 적성에 맞는 업(業)을 창조하고, 경제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기업가정신은 생존과 성장의 필수요소”라며 “이를 위해 기업가정신 교육을 통한 기업가적 자질을 발견하고 발현할 수 있는 자극과 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대학 내 창업지원단이나 민간기업 혹은 재단 등이 창업지원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신중경 아산나눔재단 청년창업팀장은 “기업가정신은 질문과 답변을 통해 정답을 찾아야하는 사지선다형 교육방식으로는 구현할 수 없다”며 “실제 프로젝트나 협업을 시켜 어떤 것을 해야하는지 학생들 스스로 찾아가는 형태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가정신 교육이 CEO를 양성하는데만 집중되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혁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교육의 중심이 CEO만을 키워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투자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점은 CEO와 똑같은 비전과 관점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어야 회사가 잘 돌아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교육과 구분돼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기업가란 단순히 이익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전달해야 하고 실패했을 때 패배주의에 빠지면 안된다는 것이다. 박재욱 VCNC 대표는 “한 아이템으로 사업에서 성공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실패 과정에서 많은 스타트업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왜 이 사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창업자와 팀원이 공감하고 있다며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실패할 순 있지만 근간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기업가정신교육네트워크(NED) = NED(Network for Entrepreneurship Development)의 약어로 기업가정신 확산을 위한 전문가 모임이다.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기업가정신 전문가 네트워크를 만들어 발전시켜보자는 취지 아래 오픈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열 예정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결성하고 스터디그룹을 운영해 결과물을 공유한다. 지난 22일 열린 첫 세미나 주요 참여자는 권혁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대표, 김규동, 숙명여자대학교 앙트러프러너십센터장, 박재욱 VCNC 대표, 신중경 아산나눔재단 팀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