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을 타고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핵심 소재인 연성동박적층판(FCCL) 업계가 증설 투자 경쟁에 나서면서 최근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업체들이 프리미엄 전략을 보급형 다모델로 바꾸면서 수익성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업계는 신제품 발굴, 하이브리드 공정 운영 등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전자·이녹스·LG화학·한화L&C·SK이노베이션·LS엠트론·제일모직 등 주요 FCCL 업체들이 올 들어서만 생산능력을 2배 이상 끌어 올렸다. 최근 CJ그룹도 지난해 인수한 코팅소재 업체 원지를 통해 FCCL 사업을 검토하고 있어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FCCL 1위 업체인 두산전자는 전북 익산, 중국 창수 공장을 증설해 생산 능력을 작년보다 약 40% 늘렸다. SK이노베이션은 충북 증평에 900억원을 투자해 지금보다 생산 능력을 3배까지 끌어 올리고 내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이녹스 역시 FCCL 양산 라인 추가 구축을 시작했고 한화L&C는 C-Tech 세종사업장에 FCCL 3호기 제조 라인을 준공, 생산능력을 60% 늘렸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부품 공급난을 우려해 FPCB 업계 주문량을 키우면서 FCCL 업체들도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덩달아 생산 능력을 늘렸다. 하지만 갤럭시S4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삼성전자가 하반기 부품 재고 조정에 들어가면서 비상이 걸렸다.
이에 더해 하반기 출시를 앞둔 갤럭시노트3에 기존 2층 FCCL 대신 단가가 낮은 3층 FCCL을 일부 채택하기로 하면서 수익성 역시 감소가 불가피하다. 3층 FCCL은 동박과 폴리이미드(PI) 필름을 접착제를 이용해 결합한다. 2층 FCCL은 동박에 폴리이미드(PI)나 액정폴리머(LCP)를 직접 다이캐스팅하거나 고온 접착해 생산 단가가 비싼 대신 두께가 얇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2층·3층 FCCL의 두께 차이가 거의 없어지면서 다시 3층 FCCL 채택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제조가 쉬운 3층 FCCL은 가격 경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급 과잉 우려가 서서히 나오면서 업계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녹스는 기존 FPCB 외 디지타이저용 등 신제품 발굴에 나섰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매년 1~2개씩 신모델을 발굴해 수익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편다”고 말했다. 한화L&C는 하이브리드형 생산 방식을 가동한다. 생산라인을 광학용 점착제(OCA) 필름 등 타제품과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 LG화학은 고속 전송 성능을 30% 향상 시킨 신제품을 내놓고 고가 시장 선점을 노린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 과잉 여파가 현실화할 경우 내년 이후 FCCL 업체들의 성적표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 봤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