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불산누출 사고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화학물질에 대한 두려움이 극에 달한 가운데, 지난 5월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이 탄생했다. 유해물질 심사를 강화함으로써 근본적으로 사고 가능성을 막겠다는 취지는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기자수첩]화평법과 연구개발](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7/25/458457_20130725160348_622_0001.jpg)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자칫 지나친 규제로 산업의 미래를 빼앗을 수 있다는 점과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지의 문제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현행법은 연간 100㎏ 이하의 미량과 연구개발용 물질은 평가와 등록을 면제했지만, 2015년 1월부터 시행될 화평법은 두 면제조항이 사라졌다.
다행히 환경부가 연구개발용은 등록을 면제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시행령이나 시행규정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량 면제다.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면 아무리 미량이라고 해도 이에 대한 평가를 받고 등록해야 한다. 연구개발용은 별도로 면제를 받는다고 해도, 여전히 걱정되는 부분은 연구개발이다. 학술용이나 미래 신기술 개발 차원의 연구개발은 상용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상용화를 염두에 둔 제품 개발은 프로세스가 완전히 다르다.
미래 전자산업의 먹을 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대면적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만 해도 출시 직전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성능을 끌어올렸다. 불과 3개월 전에 공개된 샘플 버전과 양산용 버전은 겉은 같아도 내용물은 전혀 다른 제품인 때가 허다하다.
지금까지는 미량 면제가 일종의 버퍼 역할을 했다. 2015년부터는 연구개발용은 면제를 받는다고 해도 남들보다 먼저 제품을 내놓아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수개월 걸리는 등록 절차가 보통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환경부의 답은 이렇다. “상위법에서 `모든 신규 물질`이라고 규정한 것을 어떻게 하위법령에서 면제 조항을 둘 수 있겠느냐.”
그 말은 맞다. 그렇다고 불과 1년 하고도 5개월이 남은 기간 동안 한숨만 쉬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법이 시행되기 전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이 무엇이 있는지 꼼꼼히 살피고, 걱정되는 부작용이 있다면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아닐까.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