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김병철 한양대 자동차과 교수 "ISO 26262는 프로세스 아닌 기술력"

자동차 신무역장벽 ISO 26262

“ISO 26262를 단순히 제품 개발 프로세스쯤으로 이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는 완전한 오해입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ISO 26262 전문가로 인정받는 김병철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ISO 26262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철 한양대 교수
김병철 한양대 교수

기술력과 관련한 문제를 자꾸 프로세스로 접근하다보니 잘못된 해법이 나온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ISO 26262는 자동차 전장부품 개발 과정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지켜야 할 원칙들을 규정해놓은 문서”라면서 “이를 수동적으로 따른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돈만 주면 받을 수 있는 인증서가 결코 아니다”면서 “결국 안전한 전장부품 기술력을 확보해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그 원인을 사회 전체의 안전문화(Safety Culture) 부재에서 찾았다. 지난 수십년 간 생산성 향상에만 매달리며 선진국 제품을 쫓아가기 급급하다보니 안전기술을 챙길 여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잘 팔리는데 이런 것을 왜 해야 하느냐`며 ISO 26262를 등한시 했다는 것. 문제는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물건 자체가 팔리지 않는 시기가 2~3년 안에 우리에게도 닥친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지금이라도 ISO 26262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부와 자동차 업계의 발빠른 대응을 강하게 주문했다.

그는 “정부가 다양한 기관 및 기업과 협력해 ISO 26262를 반영해 차량 부품을 설계할 수 있는 고급 세이프티 엔지니어를 양성해줘야 한다. 업계에는 이 같은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다. ISO 26262를 구현하기 위한 관리 및 검증 소프트웨어를 100%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이 같은 SW를 정부 차원에서 개발해 중소기업에 배포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또 “기업에서는 ISO 26262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당장 기술이나 인력이 부족하면 해외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ISO 26262는 한강이 아니라 태평양처럼 넓은 분야여서, 어떤 한 두 분야 기술력이나 전문가를 확보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시스템·하드웨어·SW·신뢰성 공학과 안전성 분석 및 프로세스 관련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갖춰야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을 우리 모두 인식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