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A사는 최근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적극 나서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클라우드 서비스 인증제를 받기로 했다. 컨설팅 업체까지 선정해 심사 서류 준비에 뛰어들었지만 너무 상세한 기술 자료를 요구받아 인증제 신청을 중도 포기했다. 결국 컨설팅비 2000만원만 날렸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 왔던 `클라우드 서비스 인증제`가 국내 기업들뿐 아니라 해외 클라우드 사업자에게도 외면 받고 있다. 상세한 기술 자료와 데이터센터 현황 등의 요구가 자칫 핵심 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일즈포스닷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들이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인증제 도입에 나섰다가 잠정 중단했다.
이들은 클라우드 서비스 인증을 위한 평가항목에서 기술 자료를 너무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회사는 대부분 독자 개발한 기술을 적용해 전 세계에 서비스하고 있다. 기술력이 곧 서비스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구글, 아마존, 세일즈포스닷컴, MS 등 유수의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자사 시스템 아키텍처와 데이터 센터 운영 현황 등에 비밀 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의 국내 한 관계자는 “특허 받은 기술 내용도 매우 상세하게 설명을 요구했다”며 “본사에서 기술 공개를 꺼리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관련 운영 정보 및 현황에 대한 자료 요구에 불만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관계자는 “자료로 낼 수 없는 민감한 부분에는 데이터센터 실사를 통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해서 곤란했다”고 털어놨다.
현재 클라우드 서비스 인증은 △서비스 품질(가용성, 확장성, 성능) △서비스 정보보호(데이터 관리, 보안) △서비스 기반 영역(서비스 지속성, 서비스 지원) 등 105개 세부 평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관련 모든 자료를 한글화해서 제출해야 한다는 점도 업체들이 꺼려하는 이유다. 기본적인 자료들만 준비해도 200페이지가 훌쩍 넘는데, 이를 한글로 번역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국내에 기술 자료를 번역하는 곳도 마땅치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초 인증제 시행 후 지금까지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가 인증을 받은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현재까지 KT와 SK텔레콤 두 곳만이 인증을 받았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인증 대상으로 한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한 실정이다.
인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클라우드서비스협회 측은 “기업의 일급 대외비 자료는 보고 바로 돌려주게 돼 있으며, 한글화 부분은 평가위원들이 영어 단어를 달리 해석함으로써 올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한글화를 요구한 것”이라며 “향후 일정 부분에는 영문자료 제출도 가능하도록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인증제 평가 항목 및 인증 현황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