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합상사의 이야기를 다룬 웹툰 `미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인이 겪는 치열한 일상이 페이소스로 묻어나는 이야기도 좋지만 희토류 등 최근 종합상사의 이슈를 다루는 전문성도 흥미를 갖게 한다.
만화의 인기 덕분인지 `종합상사가 대체 뭐하는 회사냐`고 물어보는 지인의 물음도 종종 받는다. 그럴 때면 `과연 종합상사를 어떻게 정의할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일상적인 말로 `돈이 되는 사업은 다하는 회사`라고 말할 정도로 사업범위가 넓기 때문일까.
과거 상사업무에 역량을 집중해온 종합상사는 이제 자원개발,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다방면에서 전문성을 뽐내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앞바다에서 대형 가스전 탐사부터 생산, 운영까지 성공한 자원개발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했다. LG상사는 인도네시아에서 유연탄광구를 직접 운영하는 메이저 석탄공급자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과 가스 플랜트 수주에 연이어 성공하는 모습도 보였다. 삼성물산은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대규모 태양광·풍력단지 개발을 주도하며 만만치 않은 사업기획 능력을 과시했다.
종합상사란 정보력, 인적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고 육성하는 기업 정도로 에둘러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종합상사는 지금 과거 트레이딩 중심의 사업구조를 서서히 바꿔 나가는 과도기에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자원가격 하락, 경기침체 등으로 신사업이 일시적인 부침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회사운영의 중심축을 신사업으로 옮겨가는 것은 필연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야심차게 준비한 신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과거의 투자가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과거 자원개발 등 신사업에 투자했다 경기침체를 이유로 사업을 매각했다 뒤늦게 값어치가 폭등한 사례를 통해 충분한 수업료를 지불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모습이지만 언젠가 대박신화를 이룰 기대감이 항상 존재하는 것이 종합상사의 매력이다. 빠르게 체질을 바꿔나가는 종합상사가 완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어쩌면 곧 미생의 재미가 아닐까.
최호기자 snoop@etnews.com